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당을 상대로 낸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이례적으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손을 들어주면서 여당의 내홍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그보다도 이 전 대표를 향한 동정여론이 싸늘해진 상황이다. 이 모든 혼란이 성상납 의혹이 불거진 이 전 대표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전재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당헌당규를 개정하고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동시에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도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촉구하기로 했다.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 정지를 결정하며 비대위 체제를 사실상 무효로 돌렸지만, 이 전 대표 체제의 최고위원회로 회귀할 수 없다는 입장은 확고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전날 긴급 의원총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 최고위원회로의 복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법원 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현재 비대위를 하는 것도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당헌당규를 정비한 뒤 새 비대위를 결의하기로 했다" 밝혔다. 당헌당규 정비 등 사태 수습은 권 원내대표 중심으로 현 비대위에서 진행한 뒤, 권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추후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논의키로 했다.

한편 법적 투쟁에서 승기를 검어쥔 이 전 대표 측은 기세를 몰아붙여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를 유지할 경우, 비대위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하겠다고 의기양양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법원의 이번 결정이 오히려 이 전 대표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무리 정치적 명분을 내세운다고 해도 집권여당을 혼란에 빠뜨렸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상황은 이 전 대표 개인의 이탈로, 성상납 의혹으로 초래된 여당의 혼란이기 때문에 이 전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의 정치 투쟁에서 이 전 대표가 진다 한들 억울할 수는 있지만, 재기를 도모할 기회 또한 많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이 집권여당의 혼란을 가중시킨 것은 물론, 이 전 대표를 향한 동정여론을 쌍끌이 눌러 버렸다는 것이 당 내외 여론이다. 작금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 전 대표의 정치생명이 잠시 살아날 수 있지만, 멀리 내다볼 때 이 대표의 정치이력에는 미래가 없을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변인은 "이번 법원 가처분에 따른 당의 혼란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이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증거인멸교사 의혹으로 6개월 직무정지를 당한 사태에 있다"면서 "당정은 원활한 국정운영 위해 긴밀한 협조 관계를 구축해야 함에도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당 운영을 앞장서서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김석기 사무총장도 당의 혼란에 성토하며 이 전 대표를 비판했다. 김 사무총장은 "당이 다 죽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이준석 본인이 책임을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의원은 "윤핵관에 대한 반대여론 못지않게 이 전 대표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며 "이번 결정으로 이 전 대표에 대한 동정론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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