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7일(현지시각)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개막한 제8차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 기조연설에서 향후 3년간 정부·민간이 합쳐 총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아프리카에 투입하겠다며 중국 견제에 나섰다.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이번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일본 총리관저 제공

"채무 건전화 개혁을 진행해 지속 가능한 아프리카를 지원하겠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7일(이하 현지시간)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개막한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에서 향후 3년간 정부·민간이 합쳐 총 300억 달러(약 40조 원)를 아프리카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와의 차이를 부각하려는 노력으로 분석된다. 일대일로 참여국들 대부분이 ‘채무의 덫’에 허덕인 끝에,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가 되거나 국가 기간산업 및 항만 운영권 등을 중국에 넘기는 사태로 이어졌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튀니지의 수도(튀니스)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 개회식에 기시다 총리가 화상으로 참석해 "아프리카와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 일본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300억 달러 수준의 지원이 엔 차관 등 공적개발원조(ODA)·정책 금융기관 융자·민간 투자 등으로 구성된다. 일본의 투자는 아프리카의 성장을 위해 환경분야 등에 집중될 방침이다. 아프리카개발은행에 50억 달러(약 6조7000억 원)를 융자, ‘아프리카 녹색성장 이니셔티브’에 40억 달러(약 5조4000억 원)가 들어간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된 아프리카 식량위기를 고려해 식량증산에 3억 달러(약 4000억 원)를 투자하고, 농업 및 교육 분야 등에서 30만 명의 아프리카인재 육성을 지원한다.

"중국의 거액 대출로 채무가 늘어난 아프리카 각국을 향해 일본 자금을 활용하도록 어필하는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논평했다. 일본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으로 인해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에게 빌린 돈 이자를 갚지 못하고 각종 이권을 넘길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인재육성 투자’를 중국과의 차별점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중국발 차관으로 아프리카가 채무의 덫에 빠졌다. 반면 일본의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며 중국과 선을 긋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2021년 세네갈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에서 40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으나, ‘채무의 덫’ 개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아프리카개발회의란 1993년 일본 주도로 시작된 개발도상국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일본이 펼쳐 온 대표적인 국제공헌의 하나로 평가된다. 2013년부터 3년마다 일본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열리는데, 2019년 일본 요코하마 회의 땐 역대 최다인 42개국 정상급이 참석한 바 있다.

이번 튀니지(튀니스)회의엔 약 20개국의 정상 및 정상급 지도자가 참석했다. 2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된 기시다 총리는 출국이 불가능해져 화상으로 참석해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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