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탄소배출 저감 노력에도 최소 110조톤의 빙하가 사라져 해수면을 27㎝나 높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됐다. 사진은 그린란드의 빙하 모습. /연합
인류의 탄소배출 저감 노력에도 최소 110조톤의 빙하가 사라져 해수면을 27㎝나 높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됐다. 사진은 그린란드의 빙하 모습. /연합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당초 예측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연구소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클라이미트 체인지’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그린란드의 빙하 110조톤이 불가역적으로 녹아내려 해수면의 급격한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빙하는 원래 계속 녹기 마련이지만 새로 내린 눈이 보충되면서 나름 균형을 이뤄왔다. 하지만 이상고온 현상으로 이런 자연의 균형이 깨져버려 지금 당장 전 세계가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든다고 해도 일정량의 빙하는 반드시 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윌리엄 콜건 박사는 이처럼 녹아내릴 것이 확실한 빙하를 ‘살아있지만 죽은 얼음’이라는 뜻의 ‘데드 아이스(Dead ice)’라 칭하고 "이로 인해 지구의 해수면이 평균 27㎝ 높아진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북극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연구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번 결과는 해수면 상승의 정도가 기존 예측치의 2배에 이른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심각한 화두를 던진다.

특히 콜건 박사는 이마저도 낙관적 전망일 뿐이라 지적한다. 지난 2012년 관측된 최악의 해빙이 거듭될 경우 그린란드의 빙하는 더 많이 녹을 것이며 그 결과 해수면은 최대 78㎝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이는 지난해말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해양조사원이 내놓은 분석과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국립해양조사원은 연안 조위관측소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연안의 해수면 상승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1991~2000년에는 연평균 3.80㎜였던 것이 2011~2020년에는 4.27㎜로 12.3%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한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이어지면 2100년에 이르러 한반도 연안의 해수면이 2020년보다 최대 73㎝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참고로 콜건 박사는 "데드 아이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시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번 세기말이나 2150년까지는 녹을 것으로 예견한다"고 부연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제이슨 복스 박사는 이를 두고 "무덤에 한 발을 들여놓은 것과 같은 상황"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전 세계 6억명에 달하는 해안지역 거주자의 삶의 터전이 직격탄을 맞게 되는 데다 해수면 상승에 따라 이상기후도 더 극단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학계는 해수면이 1㎝ 상승할 때마다 대략 해안 1m가 바닷물에 잠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가 현실화되면 128년 뒤 지구는 해안지대 27~78m를 잃게 된다는 얘기다. 이때는 해안 생태계 붕괴와 저지대의 염분 피해 확산이 불보듯 뻔하다. 해일·폭풍·태풍 등에 의한 홍수도 대폭 증가해 무수한 인명과 천문학적 재산이 사라질 수 있다.

한편 2019년에 발표된 한 국제연구에 의하면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게 될 사람의 약 70%가 아시아 8개국에 거주하고 있다. 바로 중국, 방글라데시,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일본, 태국, 필리핀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도 아시아 국가 중 13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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