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이재구

1900년대 전후 사람의 수축 혈압과 거짓말하고 있을 가능성 사이의 상관관계가 증명되면서 거짓말 탐지기가 나왔다. 거짓말을 하면 마음이 불안해져 손에 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며 심장 박동과 뇌파가 빨라지는 등의 신체 반응이 온다. 이는 탐지기 그래프를 요동치게 만든다. 대표적 발명가는 1915년 신형 거짓말 탐지기를 만든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몰턴 마스턴 박사다. 진실을 말하게 하는 황금채찍을 쓰는 ‘원더우먼’의 창작자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 국가과학센터 인공지능(AI)연구원 동영상이 세계적 파문을 불렀다. 중국공산당 창당 101주년을 맞아 공개한 영상에는 AI기기가 ‘이데올로기 교육의 학습 효과를 판단’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교육생이 측정기로 안면 시각 반응, 뇌파 반응, 피부의 전기 반응 등 바이오 신호를 취합해 검사받고 있었다. 거짓말 탐지기가 AI와 결합한 듯한 ‘당 충성도’ 탐지기였다. 이 영상은 거센 ‘빅 브라더’ 논란을 불렀고 결국 삭제됐다.

중국 현지 누리꾼들은 "과학기술을 통한 이데올로기 세뇌작업" "머지 않아 빅브라더가 우리를 감시하는 단계에 이를 것" 등의 반응과 우려를 내놨다고 한다. 이들은 조지 오웰의 ‘1984’ 속 빅브라더를 떠올렸을 것이다. 주인공이 감옥에서 듣는 말은 "우리는 뜨뜻미지근한 복종이나 아주 비겁한 굴복 따위로 만족하지 않아. 결국 자네가 우리에게 굴복한다고 해도 자네 자유의지로 하지 않으면 안돼…우리는 그를 개조하고, 그의 속마음을 움켜 쥐고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외양만이 아니라 모든 마음과 영혼을 우리편으로 가져 오는 걸세…"였다.

중국 기기가 이렇게까지 하기 위한 것이라곤 믿고 싶지 않다. 그래도 오싹하다. 거짓말 탐지기 발명가들은 범죄자 잡자고 만든 발명품이 이렇게 발전(?)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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