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시대는 새로운 문화지평을 열었다. 극장에 갈 수 없게 되자 집에서 영화를 보게 된 것이다. OTT 시대가 열리고 특히 넷플릭스 천하가 도래했다. 2017년 봉준호 감독 ‘옥자’에 대한 칸영화제의 냉대 홀대를 생각할 때 지금의 변화는 예상치 못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오징어게임’ 성공 이후 넷플릭스는 K-콘텐츠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추석연휴를 맞아 공개(예정)된 ‘서울대작전’ ‘수리남’도 그 영향 아래 만들어진 것이다.

'서울대작전' 슈프림팀.
'서울대작전' 슈프림팀.

[서울대작전] 80년대 청년세대 논스톱 일탈

1988년 서울에서 올림픽이 열렸다. 그 시대를 배경으로 뚱단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 올림픽 개막식 당일, 대규모 범죄 사건이 일어난다면? 문현성 감독의 이 상상은 영화 ‘서울대작전’으로 완성된다.

‘서울대작전’은 1988년 상계동을 중심으로 청년세대의 논스톱 일탈을 그린다. 최강 드리프터 동욱(유아인), 디제이 우삼(고경표), 인간 내비게이터 복남(이규형), 바이크 귀재 윤희(박주현), 맥가이버 준기(옹성우) 등 5명의 슈프림 팀은 필과 소울 넘치는 아메리칸 드리머들이다.

시작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레이싱 장면. 동욱과 준기는 사우디에서 무기배달로 돈을 번다. "알잖아, 운전은 내가 이찌방인 거." 허세 가득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동욱과 준기는 상계동 슈프림팀에 합류한다. 그들에게 안 검사(오정세)가 찾아와 미국 비자와 범죄기록 면죄를 내걸고 제안을 한다. VIP 비자금 수사작전. VIP의 별칭은 ‘대머리 독재자’. 우리는 다 알지만 영화는 끝내 그 이름을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할 일은 별거 아니다. VIP 비선 실세로 불리는 강인숙(문소리)의 검은 돈을 10회 정도 운반하면 된다. 레이서가 아니라 교통신호 잘 지키면 될 정도로 쉬운 일. 하지만 곧 그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게 된다. 마지막 액션 클라이맥스는 비행기에서 차량으로 공중 점핑하는 장면, 돈도 함께 뿌려진다. 나름 해피 엔딩. 동욱이 슈프림팀에게 하는 말"나성 가기 전에, 껍데기 업그레이드 좀 해야지?"로 마무리된다. 첫 장면과 수미일관한, 80년대식 허세다. 생각나는 대사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의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잔?"

영화는 ‘어젯밤 이야기’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 7080 음악과 힙한 패션, 레트로 감성을 담고 경쾌하게 질주한다. 새롭다기보다는 익숙한 구성과 전개로 이어져 클리셰(진부한 표현)가 많다. 특히 할리우드 영화 ‘분노의 질주’의 카체이싱과 ‘트랜스포터’의 돈받고 물건(혹은 사람) 옮기기 액션을 변주하듯 따라간다.

1980년대 특히 1988년 올림픽 등은 별 의미가 없다. VIP에 관심이 갔지만 그가 ‘대머리 독재자’건 조폭 우두머리건 재벌2세건 달라지는 건 없다. 영화 전편을 지배하는 것은 장르영화의 익숙한 법칙들과 빠른 편집, 경쾌한 음악이다. 유아인 등이 있어서 그런지 80년대 청춘들이라기보다는 현재의 청춘들이 잠시 그 시대로 타임슬립한 분위기다. 여기에 그룹 위너의 송민호가 갈치 역으로 연기 데뷔를 한다. 데뷔작 치고는 등장 장면이 많다. 특히 문신한 웃통을 보이는 모습은 그대로 적역이다.

8월 26일 공개된 이 영화는 거실 큰 화면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기 좋은 팝콘무비 치맥무비다. 중간에 잠시 끄고 다른 일을 보다가 다시 봐도 괜찮다. 제작비는 200억 원인데 호화로운 캐스팅에 거의 다 들어갔을 것 같다.

한국인 마약왕 실화를 모티브로 한 '수리남'.
한국인 마약왕 실화를 모티브로 한 '수리남'.

[수리남] 남미 한국인 마약왕 체포 작전

모가디슈가 어디지? 했다가 영화 ‘모가디슈’로 어딘지 알았다. 이번엔 수리남이다. 수리남은 남아메리카 북부에 있는 나라. 국토 면적이 남한의 1.5배 정도로 남미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인구는 2020년 기준 58만여 명이다.

이 작은 국가를 배경으로 한국의 톱배우 두 명이 등장한다. 황정민 그리고 하정우. 이 두 배우만 해도 넷플릭스가 큰 건 했네 했을 텐데, 게다가 감독이 윤종빈이다. 윤종빈은 대학 졸업작품인 ‘용서받지 못한 자’가 상업영화권에서 인정받으면서 화제 속에 등장했다. 이후 ‘범죄와의 전쟁’(2012), ‘검사외전’(2016), ‘공작’(2018) 등을 연출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수리남’이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드라마는 남미 마약왕이 된 한국인 조모씨 실제 이야기가 모티브다. 사기혐의로 고소된 조모씨는 1994년 수리남으로 도망쳤다. 수리남에서 칼리 카르텔과 손잡고 마약 밀매조직을 만들었다. 2005년 인터폴에 적색수배됐으며 2009년 브라질에서 붙잡혀 한국으로 압송됐다. 국정원·미국·브라질 공조로 7년간 추적 끝에 붙잡힌 조모씨에게 법원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이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 하정우가 윤종빈 감독에게 영화화 제의를 하면서 제작이 구체화됐다. 대본은 윤종빈 감독과 ‘공작’의 권성휘 작가가 완성했다. 하정우는 "전체적인 스토리와 전개가 흥미로웠고, 캐릭터들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다"며 대본을 처음 접했던 소감을 전했다. 황정민 역시 "매 에피소드마다 다음이 궁금했다. 대본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썼다"며 한달음에 ‘수리남’ 합류를 결정했다. 두 배우 외에 박해수·조우진·유연석 등도 출연한다.

드라마는 라틴풍 음악을 따라 강인구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수리남에 큰돈을 벌러 간 강인구(하정우)는 그의 물건을 싣고 한국으로 향하던 배에서 코카인이 발견되면서 억울한 옥살이를 한다. 타지에서 벼랑 끝에 몰린 그를 찾아온 국정원 요원 최창호(박해수). 최창호는 감옥에서 빼내주는 대신 마약왕 전요환(황정민)을 잡는 데 협조해 달라고 제안한다. 전요환은 "코카인은 자연적으로 태어난 은총"이라며 마약을 숭배하는 인물이다. 평범한 수산업자였던 강인구는 국정원의 언더커버로 전요환 조직에 들어간다. 이후 드라마는 돈의 유혹과 속고속이는 의심, 그리고 액션으로 이어진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마약 조직 관련 드라마로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를 인상깊게 봤다. 콜롬비아 최대 마약조직 메데인 카르텔의 두목인 에스코바가 주인공이다. 그가 마약왕이 되기까지 그리고 마약왕이 된 이후 저지른 악행 등이 거의 다큐처럼 만들어졌다. K-마약왕 전요환이 과연 에스코바를 압도할 것인가.

‘수리남’은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9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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