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군인들의 로또 공유 '육사오'.
남북한 군인들의 로또 공유 '육사오'.

로또가 없는 북한에서 로또를 ‘육사오’라 한다고 한다. 45개의 번호 중 6개를 맞추면 1등이라는 뜻에서 ‘6/45’. 그럴 듯한 명칭이지만 의문이 생긴다. 북한에서 로또가 ‘육사오’라면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는 이야긴데, 그렇다면 로또가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말인가? 탈북민들이 로또를 산 뒤 암암리에 친인척들에게 선물한다는 말인가? 거기다 만약 당첨이라도 된다면, 당첨금을 수령할 자격이 있는가?

대한민국 법령상 북한은 미수복 영토이므로 당첨금 수령에는 지장이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런 질문들은 코미디영화를 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코미디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개연성이라든가 주제성 등 묵직한 개념들은 영화관 밖에 잠시 보관해 두어야 한다.

영화 상영 도중 관객들의 웃음보가 간간이 터지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조용하다. 웃음의 전염력이 코로나만 못해서 그런가. 똑같은 장면을 보며 관객들이 이렇듯 다른 반응은 보이는 이유는 관객들의 각자 성향도 있겠고, 내우외환으로 다들 마음이 무거운 탓이 아닐까. 어쨌거나 코미디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걱정거리를 극장 밖에 던져두어야 한다. 그런 다음 입을 크게 벌리고 좌우로 움직이며 한바탕 웃을 준비를 해야 한다. 웃음은 전염력이 강하다.

‘육사오’는 바람을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버린 로또 1등 번호표를 두고 벌이는 남북한 군인들의 접선극이다. 영화 ‘JSA’의 코믹 버전이라 해도 무방할 것인데, 공동경비구역 대신 남북공동취수구역의 설정이 인상적이다. 공동경비구역이 대치국면의 현장이라면 공동취수구역은 공동생존의 현장이다. 그곳에는 오직 로또 1등의 일확천금이 있을 뿐 정치적 이념도 사상도 없다. 감독은 "그따위 것들은 개에게나 줘버려!" 하고 말하는 듯하다. 지난 날 ‘날아라 허동구’를 감독해 관객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했던 박규태 감독은 이제 베테랑이란 칭호를 받아 마땅하다.

‘육사오’가 올해 극장가의 유일한 코미디라는 의미를 부여하기에 앞서, 이제야말로 한국영화는 휴전선을 다루면서 정치이념을 벗어나 마침내 코미디 구역으로 들어갔다. 이런 코미디영화가 20편 쯤 만들어지면 통일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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