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을 추진하는 일은 사실 간단치 않다. ‘남북관계’가 대북정책의 전부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8·15 행사 때 내놓은 ‘담대한 구상’도 몇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안보 싱크탱크인 랜드(RAND)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담대한 구상’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3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베넷은 "윤석열 대통령이 메시지를 발신해야 할 곳이 여러 군데라는 사정도 있다"면서 ‘담대한 구상’이 나온 현실적 사정을 이해한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대북정책은 북한뿐 아니라 미·중·일·러 그리고 5대 핵강국(P5)인 영국·프랑스 등 유럽도 주요 관심사다. 심지어 북한의 무기를 몰래 구매하는 중동의 테러집단과 이에 대응해야 하는 이스라엘도 우리의 대북정책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물론 한국의 대북정책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목표와 방향도 존재한다. 2400만 북한주민들의 자유와 인권이다. 북한주민들이 스스로 전체주의 수령독재를 변화시키고 개혁개방으로 나오도록 해서, 자유민주주의 통일 기반을 조성하려는 우리의 대북정책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가 공동연구한 ‘북한의 전조공격(precursor attack)에 대한 레드라인(금지선) 설정’은 의미가 있다. 간단히 말해, 전면전 이전의 각종 북한 도발에 대해 레드라인을 정해놓고, 만약 금지선을 넘을 경우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 K-pop, 드라마, 한국 정부 선전 등 엄청난 양의 외부 정보를 담아 드론으로 평양 등지에 살포하는 방안이다.

90년대 이후 출생한 북한의 청년세대는 이미 한류문화에 젖어 있다. 이들의 체제에 대한 불만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표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우리도 똑같이 미사일로 대응하는 것은 하책(下策)에 불과하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끄는 것은 방송 등 정보자유화 및 문화 컨텐츠가 미사일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갖는다는 사실을, 대통령실 안보 관계자들이 깊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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