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空想)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 말이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오규원(1941~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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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천지가 꽉 막힌 벽일 때가 있다. 망망대해에 나 홀로 표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억울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어 세상을 등지고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부어’ 밤새 잠 못 이루고 뒤척인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무엇이 어떻게 잘못 됐는지 밤새 생각해보지만 딱히 짚이는 바도 없다.

회한(悔恨) 없는 삶은 없다. 그것은 불가능의 영역이다. 아인슈타인은 인생을 재미있게 살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인류에 본을 보인 성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이 후회하는 것은 실존하는 나 외에 이상적인 또 하나의 자아가 내면에 있기 때문이다. 후회는 자아가 나에게 가하는 체벌이다. 후회를 통해 삶이 나아지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나를 망가뜨린다. 좀 못났더라도 용서하는 편이 복수보다 낫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수많은 날들 가운데 좋은 일은 행운이었고 나쁜 일은 경험이었다. 나쁜 일이건 좋은 일이건 그것들은 다 이유가 있었다. 가뜩이나 짧은 인생, 후회하면서 살기에는 너무 짧다. 만약 낭비해버린 시간을 후회한다면 그것에 대한 후회는 더 큰 시간낭비일 뿐이다.

불면증을 고친 환자 한 사람을 알고 있다. 의사는 그에게 이런 처방을 내렸다고 한다.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잠이 오면 자고, 잠이 안 오면 책을 읽든가 일을 하든가, 아무튼 잠을 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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