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무역수지가 8월에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부터 5개월째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이는 14년여 만에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56억 7천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6% 늘었으나 수입이 661억 5천만 달러로 28.2% 증가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94억7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8월에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부터 5개월째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이는 14년여 만에 처음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56억 7천만 달러로 1년 전보다 6.6% 늘었으나 수입이 661억 5천만 달러로 28.2% 증가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94억7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1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달러가치 상승세가 거침없다. 달러는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8월까지 석달 내리 오름세를 보이며 ‘킹달러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달러 강세를 이끄는 최대 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력한 금리인상 드라이브다. 금리 차이를 노리고 투자자들이 유로와 엔화 등을 팔아 미국의 국채 매입에 나서면서 달러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연준의 고강도 기준금리 인상 예상으로 미국의 국채 금리는 지속해서 오르고 있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가격이 하락해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자들이 대거 미국의 국채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히 반응하는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달 30일 3.497%까지 올라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달 26일 잭슨홀 미팅에서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못박은 후에는 달러가치 상승세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이미 올들어 14% 상승하는 등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3개월 간 유로는 달러에 대해 6.6%, 영국 파운드는 7.4%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엔화와 스위스 프랑 역시 같은 기간 7.1%, 1.5% 떨어졌다.

특히 달러의 가장 강력한 경쟁 통화인 유로는 에너지 위기로 맥을 못 추면서 ‘1유로=1달러’의 패리티 시대에 진입했다. 유로-달러 패리티는 유로가치와 달러가치가 동등해지는 현상으로 지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러시아의 국영 가스업체인 가스프롬은 독일로 가는 최대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지난달 31일부터 3일 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가스프롬은 3일 간 공급을 중단한다고 했지만 푸틴 대통령의 유럽 길들이기 차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이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업종을 중심으로 공장 가동이 잇달아 중단되고 있는 유로존 경제를 더욱 침체로 몰아갈 전망이다.

강달러에 따른 위기 상황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350원대까지 뛰면서 고점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중국 위안화 약세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가 원화 약세를 부채질하는 주된 요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위안화는 코로나19 봉쇄 조치, 부동산시장 부진, 60년 만의 폭염 등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증폭된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이 경기부양을 목표로 정책금리를 인하하면서 약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통상 우리나라 원화는 위안화와 연동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대대적인 대(對)미국 투자를 발표했던 국내 주요 그룹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화로 환산한 투자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SK를 포함한 국내 4대 그룹이 최근 밝힌 대미 투자금액은 700억 달러(약 94조원)에 달한다. 연초 환율 기준으로는 84조원 수준이었는데, 환율 상승으로 몇 개월 만에 10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7월 말 최태원 회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2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SK그룹의 경우 불과 한달 사이에 우리 돈으로 1조원 가까이 부담이 커졌다. 착공을 앞둔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도 비용 부담이 8개월 새 3조원 가까이 늘었다. 삼성전자는 이 공장 건립에 170억 달러를 투자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투자비용 상승을 이유로 애리조나주에 1조7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높은 금리와 달러 강세는 신흥국의 외환위기 도미노를 불러올 요인으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신흥국 자금이 고금리를 노려 달러로 갈아타면서 자본 유출이 심화되고, 달러표시 채무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킹달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신흥국들이 발행한 달러표시 채권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높아져 연쇄 디폴트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스리랑카는 지난 5월 대외채무 지급중단을 선언해 사실상 디폴트됐다. 파키스탄·이집트·튀르키예·가나·체코·헝가리 역시 위험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강달러 쓰나미로 세계 각국의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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