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K-방산이 잘 나간다는 뉴스를 요즘 자주 접한다. 초호황 사이클에 접어든 조선업도 휘파람을 불지만,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판매 대수 기준으로 글로벌 빅3에 진입했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이름이 김재관(1933~2017) 박사다. 개발연대 시절 K방산-조선산업-자동차산업의 출발이 모두 그와 직접 관련 있다는 걸, 그의 평전 ‘뮌헨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의 기적’(홍하상 지음)을 읽으며 깨우친 탓이다.

그렇다. 김재관은 산업화의 잃어버린 연결고리다. 다른 곳에서 설핏 밝힌 대로 철강산업 역사만 해도 그를 빼곤 설명 못한다. 이를테면 포스코 박태준은 현장소장 격이었다. 종합제철에 행정역량을 퍼부었던 부총리 김학렬이 포스코 사장이며, 회장은 단연코 박정희다. 김재관 역할은 뭘까? 그는 종합제철의 첫 꿈을 꿨던 주인공이다. 실제로 1964년 박정희 서독 방문 때 보고서 ‘한국의 철강공업 육성 방안’을 바쳤고, 그걸로 대통령 가슴에 불을 당겼다.

당시 그는 뮌헨공대 유학생 출신의 엘리트였다. 꼭 2년 뒤 박정희가 그를 제1호 해외유치과학자로 불러들였다. 그건 대한민국 산업화의 신호탄이었다. 무엇보다 김재관은 종합제철의 백미인 특수강(特殊鋼)의 아버지다. 현대무기 등 거의 모든 재료가 특수강인데, 김재관은 그 중요성을 알고 개발했던 걸출한 선각자다. 그걸 통해 그가 오늘날 K-방산의 기초를 놓았다는 숨은 역사를, 한화디펜스 등 방산업체 관계자들이 알까?

자동차산업·조선업도 그렇다. 60년대 당시 그가 자동차-선박용 후판(厚板) 생산설비를 갖추는 시스템을 결심한 덕에 오늘날 두 산업이 존재한다. 특히 자동차산업은 김재관에 결정적으로 빚졌다. 박정희가 ‘오 국보’로 총애했던 오원철 경제2수석 등 거의 모든 이가 완성차 산업은 꿈도 못 꿨다. 그러나 당시 상공부 차관보이던 김재관이 박정희와의 독대를 통해 그걸 관철시켰다. 이 평전의 부제가 ‘한국산업화의 설계자 김재관’인 것도 그런 이유다.

그래서 물어야 한다. 왜 우리는 산업화 시대 영웅을 이렇게 뒤늦게 만나는 걸까? ‘20세기 장영실’ 김재관이야말로 뮤지컬·TV드라마 등 숱한 스토리텔링의 원재료인데 말이다. 역사 망각이 혹시 운동권 탓은 아닐까? 개발연대를 어둠의 시대로 낙인찍어온 그 무서운 장난 말이다. 반(反)대한민국 세력의 농간을 정말 어찌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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