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자화상’, 1943, 캔버스에 유채, 94×80cm, 개인 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문신 ‘소’, 1957, 캔버스에 유채, 76×102cm.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문신(文信 1922∼1995)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9월1일~내년 1월29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뛰어난 화가·조각가 문신의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만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창원특례시 공동주최로 5개월간 이어질 이번 특별전엔, 조각(95점)·회화(45점)와 판화·도자기·자료 등 230여 점을 선보인다. 그 외 ‘이건희 컬렉션’에 포함된 회화(7점)·조각(7점)·드로잉(12점) 등 28점이 최초 공개된다.

‘우주를 향하여’ 연작 등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문신은 일본에서 그림 공부를 했다. 귀국 후 화가로 활동하다 1961년 38세 때 프랑스로 건너가 조각가로 거듭났다. 당시 파리 북쪽 라브넬 고성의 보수·개조 작업을 맡은 게 계기였다. 거기서 약 3년간 석공 일을 하며 3차원 공간이 주는 조형적 매력에 심취한다. 조각의 세계에 눈뜬 것이다.

흑단 목조로 시작한 조각 작업은 1970년 프랑스 남부 바카레스항(港)에서 열린 국제조각심포지엄 초대작가로 참가하며 빛을 본다. 그때 선보인 ‘태양의 인간’ 토템 조각이 ‘현대 추상조각의 아버지’로 불리는 콘스탄틴 브란쿠시의 ‘무한 기둥’과 비교되며 호평을 받았다. 1980년 귀국 후 마산에 정착, 지연·학연 등에 얽매이지 않은 채 창작에만 몰두했다. 1994년엔 직접 디자인해 건축한 문신미술관을 개관한다.

"인간은 현실에 살면서 보이지 않는 미래(우주)에 대한 꿈을 그린다." 문신이 생전 남긴 말이다. 여기서 이번 회고전의 부제 ‘우주를 향하여’가 나왔다. 다양한 형태의 조각 작품들에 붙인 제목이기도 하다. 회고전은 총 4부로 구성된다. 문신의 회화 세계가 제1부, 초기 구상화에서 모더니즘 영향을 받은 추상화로의 변화가 작가의 치열하고 극적인 삶과 함께 펼쳐진다. 처음 전시된 작품들 가운데 도쿄 유학 시절 그린 자화상이 있다. 22세 때 작품인데 자신을 40대 거장처럼 표현해 주목된다. 작가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낸 듯하다. 역동감 넘치는 ‘고기잡이’나 1957년작 ‘소’도 눈길을 끈다. 생선 2마리가 그려진 정물(1950년대 추정)은 이건희 컬렉션으로 처음 공개됐다.

2부에선 1960년대 말부터 작업한 나무 조각을 조명한다. 문신의 조각세계는 추상성 강한 형태, 곤충(개미·나비)과 식물 등이 연상되는 형태로 크게 나뉜다. 모두 대칭 구조이며, 상승의 이미지를 지녔다. 3부에선 브론즈(銅) 조각 작품 위주로 소개된다. 문신은 동일한 형태를 다양한 크기와 재료로 제작하곤 했는데, 어떤 재료를 썼든 표면을 매끄럽게 연마한 공통점이 있다. 작업 일지와 실제 작업에 쓴 도구들도 접할 수 있다.

4부는 ‘도시와 환경’, 즉 확장된 관점에서 조각을 바라본 문신의 작품세계다. ‘환경조각’이라 불리는 야외조각, 프랑스 체류 시절 시도했던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 ‘공원조형물 모형’ 등 공공장소의 조형물을 소개하는 것이다. 석고와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일부 작품들의 경우, 현재 사진과 드로잉으로만 남아 있어 가상현실(VR)과 3D 프린팅으로 재현해 낸다. 대표작의 하나인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 ‘우주를 향하여’는 소장처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덕수궁관 앞으로 옮겨왔다.

한편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선 기획전 ‘춤추는 낱말’이 펼쳐진다(9월1일~11월20일). 아시아에 기반을 두거나 아시아 관련 논의에 천착해 온 작가와 기획자·연구자·음악가 등 14명(팀)이 영상·조각·사진·자수·콜라주·설치·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아시아를 둘러싼 문화·집단적 현상을 조망한다.

문신 ‘고기잡이’, 1948, 캔버스에 유채, 53.5×131.5cm(액자 포함).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