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에 대한 가스공급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프랑스가 가스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며 1일부터 가스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독일에 대해서는 7월에 이어 다시 3일간 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푸틴은 왜 석유나 가스공급으로 장난을 치는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금융·무역 및 석유 관련 경제제재가 지속되자, 푸틴의 못된 보복 심보가 다시 발작한 것이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엉망이 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는 유가와 가스가격 상승으로 78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를 보고 있다. 하지만 주요산업에 필요한 부품이나 원자재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대량실업이 현실화 되고 있다.

외국산 부품이 82%나 들어가는 아에로푸르트 항공기의 경우, 부품 조달이 되지 않아 멀쩡한 항공기를 해체해 정비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공장 가동율이 떨어지면서 노동자들을 무기한 휴직 처리할 정도로 러시아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푸틴은 서유럽의 중심인 프랑스와 독일을 흔들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과 무기지원을 중단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무기와 정보지원이 없으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목적을 조기에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으로 인한 파동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전체 LNG 수요의 80% 정도를 카타르 등과 장기계약으로 들여온다. 하지만 나머지 20%는 현물시장에서 비싸게 들여와야 한다. 현재 현물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1년 전보다 10배나 폭등했다. 유럽의 필사적 가스 물량확보 노력으로 인해, 아시아로 돌려졌던 천연가스 물량을 놓고 유럽과 아시아 국가간 피나는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다.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가운데 일어나고 있는 천연가스 파동에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정책을 발표하고 천연가스 등 에너지 확보에 한 치의 차질도 없어야 한다. 기업은 에너지 보존(energy conservation)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고, 국민들은 전기·가스 절약 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모두가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