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시위 벌이는 위구르족 소녀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위구르족 소녀들이 반중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반중 시위 벌이는 위구르족 소녀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튀르키예(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위구르족 소녀들이 반중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미첼 바첼레트(70) 유엔인권최고대표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4년 임기를 마치며 "중국이 신장 위구르 무슬림(이슬람교도)들에 대해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위구르족과 주로 이슬람교도를 겨냥한 ‘대(對)테러·극단주의’ 전략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런 내용을 담은 유엔 인권사무소 보고서가 바첼레트 최고대표 임기 종료일에 맞춰 공개됐다.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족 및 기타 무슬림에 대한 차별적 구금이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보고서엔 "강제 진료와 열악한 구금환경을 포함해 고문이나 부당대우는 믿을 만한 주장들이다", "개인별 성폭력 및 성별에 기반한 폭력 사실 역시 신뢰할 만하다"고 적시됐다. 지난 4년간 유엔인권최고대표실은 신장 위구르족 재교육시설의 인권문제에 대해 조사해왔다. "중국의 일부 행위가 반인도 범죄를 비롯한 국제적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유엔의 설명이다.

바첼레트 최고대표는 중남미 출신 저명 인사다. 2006∼2010년 칠레의 첫 여성 대통령을 지낸 뒤 유엔여성기구 총재로 활동하다 2014∼2018년 재선에 성공, 한 차례 더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과거 칠레 피노체트 독재 시절의 고문피해자이기도 하다. 2018년 7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에 의해 전 세계 인권 이슈를 총괄하는 최고인권대표로 지명됐다.

그러나 임기 내내 중국 신장 위구르족 재교육시설의 인권에 대한 조사보고서 발간이 미뤄지자, 이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온정적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됐다. 이에 바첼레트 대표가 "(중국 측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이 있었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혀야 했다. 중국이 보고서 공개를 막으려 발간 직전까지 최고대표를 압박한 것이다.

중국은 신장 자치구의 모든 인권침해 혐의를 부인하며 보고서 공개를 반대해왔다. 보고서가 발표되자 "내정 간섭", "허위정보와 거짓말에 기반해 있으며 중국의 법률과 정책을 왜곡·비방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아울러 "위구르를 포함한 모든 민족이 중화민족의 평등한 구성원", "신장 지역에서 법에 따라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맞서 싸우는 조치를 취했으며 테러 활동의 빈번한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했다"고 강변했다.

올해 초 BBC가 수용소에서 위구르 무슬림에 대한 집단강간, 성적학대 및 조직적 고문 시스템을 드러낸 파일을 입수해 공개한 바 있다. ‘신장공안파일(Xinjiang Police Files)’로 불리는 이 문서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종 명령권자라는 증거가 담겨 있어 충격을 줬다.

수용소의 존재를 극력 부인하던 중국이 "극단주의 대응을 위한 직업교육 및 훈련 센터를 설립했다"고 말을 바꿨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중국 북서부 신장 소재의 수용소에 100만 명 이상 구금돼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신장 인구 약 1200만이 위구르족이며 대부분 무슬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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