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IFA2022에 참여한 삼성전자·LG전자·밀레 등 국내외 가전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사진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2 모습. /삼성전자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IFA2022’에 참여한 삼성전자·LG전자·밀레 등 국내외 가전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가전시장의 무게중심이 ‘에너지 효율’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양상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연결되는 천연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이 잠기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유럽의 전기·가스요금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기존에 약속한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 재개를 7시간 앞두고 기술적 결함을 들어 재차 가스 공급을 무기한 연기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 6월부터 노르트스트림-1의 밸브를 단계적으로 조이면서 유럽의 전력난을 심화시켜왔다. 6월 천연가스 공급량 40% 축소를 시작으로 7월에는 정비를 이유로 열흘 간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가 이후 20%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러시아의 ‘몽니’로 최근 독일과 프랑스 전기요금은 1메가와트시(mWh)당 134만원, 147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만원 대와 비교하면 약 10배 이상 뛴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인 IFA 2022가 지난 2일 독일 베를린에서 5일 간의 일정으로 개막했다. IFA는 미국 CES, 스페인 MWC와 함께 세계 3대 IT·가전 전시회로 꼽힌다.

이번 IFA2022의 화두는 단연 에너지 효율이다. 삼성전자는 집안의 가전제품과 다양한 기기들의 에너지 소모량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신기술 ‘스마트싱스’를 선보였다. 스마트싱스는 집안에 설치돼 있는 텔레비전·세탁기·건조기·조명·스피커 등 100여개의 가전·스마트 기기를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연결해 전력 사용량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스마트싱스를 사용할 경우 세탁기와 건조기의 에너지 소모량을 각각 70%, 30%가량 줄일 수 있다. 또 LG전자, 제너럴일렉트릭(GE), 일렉트로룩스 등 타사의 가전제품도 호환되기 때문에 확장성까지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와 협력해 미세 플라스틱 배출량을 절반 이상 줄인 ‘비스포크 AI’ 세탁기를 공개했다. 바다에 존재하는 미세 플라스틱의 35%는 세탁 시 합성 섬유에서 배출된다.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에코 버블’ 기술을 활용하면 의류에서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 발생량을 최대 54%를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에너지 소비 효율도 유럽연합(EU) 최고등급 기준보다 10% 더 낮다.

LG전자는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2도어 상냉장·하냉동 냉장고인 모던엣지를 출시했다. 연간 소비 전력량은 99킬로와트시(kWh)로 앞서 출시된 자사 제품보다 10%가량 낮다. 모던엣지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냉장고의 엔진이라고 불리는 컴프레서는 전기 에너지를 냉기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데, LG전자에 따르면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는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모터가 회전 대신 직선운동을 해 에너지 손실이 적다.

LG전자는 세탁기뿐 아니라 자사의 가전제품과 스마트 기기들의 동작을 한 번에 통제하는 ‘LG 씽큐’ 앱의 자동화 기능도 강화했다. 집에 가까워졌을 때 에어컨·공기청정기 등을 켜거나 집에서 멀어졌을 때는 가동중인 대부분의 기기를 종료시키는 앱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독일 프리미엄 가전기업 밀레는 유럽 최고등급의 에너지 효율을 자랑하는 ‘K4000’ 냉장고를 내놨다. 밀레는 가전업계에서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밀레의 K4000은 냉장고 내부의 냉기와 외부 열을 차단하는 진공단열 패널의 핵심 소재인 실리카를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냉장고 내부 공간도 확보했다. 밀레는 고품질의 진공 단열패널만을 사용해 시간이 지나도 오랫동안 단열 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밀레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밀레앳홈(Miele@Home)’ 앱에 소비량 대시보드 기능을 추가했다. 물과 전기 소모량, 제품 가동 횟수 등의 정보 제공을 통해 사용자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전기요금과 수도세 절약을 유인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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