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전 대통령 장례식 찾은 추모객들. 3일(현지시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의 장례식이 거행된 러시아 모스크바 ‘하우스 오브 유니언’ 건물 바깥에 추모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 AP 연합

고(故)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비에트연방(소련) 대통령의 장례식이 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엄수됐다. 고인의 외동딸인 이리나와 두 손녀가 곁을 지켰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모스크바 도심의 ‘하우스 오브 유니언’ 필라홀에서 거행된 장례식에 수천명의 추모객이 몰렸다. 장례식 시작 전부터 건물 바깥에 길게 줄이 늘어설 정도였다. 장례식은 약 3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사람들이 당장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고르바초프의 길은 자유로 가는 느린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겐 시간이 충분치 않았습니다." 영국 매체 옵저버에 한 추도객은 이런 추도사를 남겼다. 2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반전(反戰)시위 이후 수도에서 가장 큰 자유주의적 러시아인들의 모임이었을 것이라고 가디언이 전했다. 고인은 지난달 30일 당뇨와 심장 질환 등으로 인한 오랜 투병 끝에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장례식 후 노보데비치 묘지로 운구돼 1999년 백혈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라이사 여사 옆에 안장됐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경우와 달리 국장(國葬)이 아니었으나, 러시아 정부가 경호와 의장대를 지원하는 등 국장급 장례 절차를 지원한 형식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업무 일정상" 장례식에 불참했으나, 이미 1일 모스크바 중앙임상병원의 고인 빈소를 찾아 헌화 조문했다. 2007년 옐친 전 대통령 서거 때 국장 및 국가애도일이 선포됐던 것과 대비된다. 소련 붕괴 후 첫 지도자였던 옐친은 푸틴을 후계자로 세운 인물이다. 외국 지도자 중엔 유일하게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이 친러시아 행보를 보여온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다.

이날 독일 수도 베를린엔 조기가 걸렸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 고르바초프는 동독 공산정권에 군사지원을 하지 않음으로써 서독으로의 흡수통일을 사실상 묵인했다. 탈냉전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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