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
황근

새 정부가 들어서고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정책들이 시동을 걸고 있다. 그런데 미디어 관련 정책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주요 미디어 관련기관 책임자들이 임기제를 이유로 그대로 앉아있고 공영방송을 비롯한 주요 방송사 경영진이 버티고 있어, 사실상 어떤 정책도 추진은커녕 내놓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

그렇다고 손 놓고 앉아 사람 바뀌기만 기다리는 것은 결코 책임있는 정부가 할 태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지난 정권 5년 동안 정치권력이 방송시스템을 전유하면서 만들어진 잘못된 제도나 정책들을 정상화하는 언론개혁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0가지 언론개혁을 위한 정책과제들을 짚어보고 방향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과제는 공영방송 정상화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분산되어있는 미디어 관련 정부 기구 개편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지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나중에 논의하도록 하겠다.

최근의 공영방송 논의는 이전과 다른 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오랫동안 가장 중요한 미디어 정책으로 군림해왔던 공영방송 문제가 뒤로 밀려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현 정부에게 있어 공영방송 문제는 이를 장악하고 있는 언론노조 퇴출에 모든 초첨이 맞추어져 있다. 공영방송 구성원들이나 관련자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별 관심없는 그저 정쟁으로 보일 뿐이다.

다른 하나는 공영방송 문제를 접근하는 선택지가 이전보다 넓어졌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보수정권이 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이 효율적으로 공생할 수 있는 ‘공·민영 이원체제’를 지향했다면, 좌파정권은 공익성을 명분으로 공영방송을 과대성장시키는데 방점을 두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영방송 민영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여당 일부에서는 수신료 자율납부 방식을 제기하고 있고, 일부 보수단체들은 아예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존폐문제를 논할 수준에 이르게 된 원인은 공영방송이 더 이상 필수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없이도 먹고사는 데 별 지장이 없는 것이다. 1989년 3개월 넘게 KBS, MBC 노조가 파업했을 때(SBS 출범 전), 국민들은 세상과 담쌓고 사는 것처럼 불편했다. 하지만 지금은 뉴스 채널들도 있고, 인터넷 포털도 있고, 많은 유튜브도 있다. 공영방송 대체재가 무수히 많고 또 무료로 볼 수 있다.

무료보편서비스라는 공영방송 존립 근거가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세금인 수신료로 지탱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상업방송이나 인터넷 매체들이 할 수 없는 차별화된 공적 서비스가 있어야만 한다. 그럼에도 공영방송과 종사자들은 오랜 독점구조에 안주하면서 자신들의 본질을 잊어버리고 살아온 것이다.

공영방송은 말 그대로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방송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영방송 최후의 보루는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품격있는 정보 즉 뉴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 영국 BBC를 비롯해 유수의 공영방송들이 인터넷 미디어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그나마 공정한 고품질 뉴스로 존립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공영방송이 존폐위기에 몰린 결정적 원인은 정치권력과 결탁해 공정성을 포기한 뉴스의 몰락에 있다. 특히 언론노조가 장악한 공영방송의 극심한 편파보도는 최후의 자산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공영방송은 정치권력에 의존해 생존하는 좀비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공영방송 영구 장악을 위한 방송법 개정 시도는 견고한 ‘공영방송 좀비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를 담고 있다. 결국 공영방송 개혁은 어떤 정치권력이든 방송과 결탁하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 공정하고 신뢰받는 고품질 뉴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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