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미카
와타나베 미카

최근 교실에서 학생들 행동이 문제가 되고 있다. 수업 중 교단에 누워버리는 학생, 상의를 벗어버리고 앉아있는 학생, 그런 학생들의 행동을 아예 무시하고 수업을 계속 진행하는 교사의 모습이 SNS에 확산됐다. 그러면서 통제가 안 되는 교육현장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동방예의지국’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라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된 것인가?

80년대 후반 필자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가 학생들이 예의바르고 항상 어른을 공경한다는 점이었다. 일본에는 없는 ‘스승의 날’이 오면 진심 어린 손편지와 카네이션을 보내 감사를 표했다. 20년 이상 일본어 교육에 종사하면서, 교육현장에서 사심 없이 주고받는 사제애는 정말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었다.

학생들한테 ‘일본 드라마를 보면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반말을 하는데, 진짜인가?’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과장된 표현도 많다. 그러나 원래 한국어와 일본어는 존경어 사용법이 다르다. 한국어는 절대 경어로 연장자에게는 무조건 존경어를 사용하지만, 일본어는 상대 경어로 나이에 상관없이 관계에 따라서 존경어를 사용한다. 외부 인사에게는 존경어를 사용하지만, 관계가 가까운 가족 간에는 반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교 선생님도 가까워지면 친근감을 나타내기 위해 가족처럼 반말을 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70~80년대부터 학교 폭력, 왕따 등 청소년 문제가 심각했다. 언어적인 이유가 아니라 사회적인 이유였다. 1945년 패전 이후, 일본은 오로지 경제 부흥과 고도성장에 매진해 오면서 정신적 지주를 잃었다. 강한 아버지상은 사라지고 아버지 세대는 자신감을 잃었다. 페미니즘과 문화 마르크시즘 폭풍이 불었다. 여성의 경제력 상승과 함께 이혼율 증가, 가정 붕괴가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교육의 기본은 가정에 있다. 그런데 가족이 해체되고 가치관과 정체성이 혼란에 빠져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해졌다. 더불어 청소년의 비행이 횡행했다.

그런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 기승을 부린 것이 일교조 (日敎組, 한국의 전교조에 해당) 교육이다. 학교 폭력, 가정 폭력 등 청소년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시기와 교육계·언론계·문화계 등 사회 전반적으로 좌경화된 시기는 일치한다. 학교에서 건전하지 못한 조기 성교육이 이뤄지면서 성적으로 문란한 사회환경을 조장했다. 동시에 학교에서 국기 게양과 국가 제창을 금지하고, 자학 사관에 입각한 역사교육으로 애국심을 없앴다. ‘평화’라는 이름으로 원폭 피해자 보상 운동과 더불어 원전 반대운동도 펼쳤다. 젊은 세대는 니힐리즘과 무기력에 빠져 찰나적인 즐거움만 추구하게 됐다.

그랬던 일본 사회가 보수적인 가치관을 되찾게 된 것은 90년대 중반부터다. 일본이 다시 보수주의를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에도시대부터 오랜 역사를 통해서 사회의 근간이 된 고유의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이 변함없이 작동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회는 극심한 학력사회이자 경쟁사회이다. 교육열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고유의 가정문화를 부활시키고 조건 없이 자녀를 사랑해 줄 일 아닐까? 그래야만 ‘동방예의지국’의 명예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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