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업체 TCL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IT·가전 전시회 IFA2022에서 98인치 QLED TV, 136인치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고급형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은 IFA2022에 전시된 TCL의 136인치 미니 LED TV. /연합
중국 가전업체 TCL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IT·가전 전시회 IFA2022에서 98인치 QLED TV, 136인치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고급형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은 IFA2022에 전시된 TCL의 136인치 미니 LED TV. /연합

그동안 저가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TV시장을 공략하던 중국산 TV가 달라지고 있다. 한국에 이어 줄곧 2위 자리에 머물던 중국 가전업계가 이번 IFA2022를 통해 기술력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되면서 한국 가전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FA2022에 참석한 백선필 LG전자 상무는 지난 3일 "액정표시장치(LCD) TV는 중국 TCL이 90% 이상 한국을 따라잡았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추격을 물리치고 초격차를 낼 방안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다.

이 가운데서도 중국 가전업체 TCL의 무서운 성장세가 돋보인다. TCL은 지난 1981년 일본의 TDK사의 카세트 모방품을 제조하는 업체로 시작했다. 이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현재는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글로벌 3위의 TV 제조사로 올라섰다.

그동안 중국 가전업체들은 IFA, CES, MWC 등 세계 IT·가전 전시회에서 한국과 일본 제품을 모방한 제품을 공개하는 행태를 보여 관람객들의 조소를 자아냈다. 하지만 이번 IFA2022는 달랐다. TCL은 지난달 22일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98인치 QLED TV를 포함해 136인치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TV 등 고급형 신제품을 선보였다. 미니 LED는 100~20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 초미세 LED를 탑재해 화면 밝기와 선명도가 뛰어난 차세대 패널이다.

일각에서는 2~3년 이내에 TCL의 TV 출하량이 글로벌 2위인 LG전자를 앞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TV 예상 출하량은 삼성전자가 4130만대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LG전자 2580만대·TCL 2450만대·하이센스 2140만대 순으로 집계됐다. LG전자와 TCL 간 출하량 격차가 100만대 수준까지 좁혀진 것이다. 특히 지난 2019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TCL 점유율은 0.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13.9%로 뛰면서 LG전자를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부상중이다.

이 같은 TCL의 괄목할만한 성장세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수직계열화를 꼽고 있다.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상당 수준 올라간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직계열화는 부품의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서 필요한 회사를 인수·합병해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TCL은 지난 2009년 자회사인 차이나스타(CSOT)를 설립해 LCD·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자체 공급하고 있다.

TCL의 고속 성장비결은 가격 경쟁력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TCL은 차이나스타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의 쑤저우 LCD 생산공장을 1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질적 성장까지 이뤄냈다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는 갤럭시 보급형 모델, 갤럭시 탭 등 일부 제품에 한 해 LCD를 공급받고 있는데,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s23 등 프리미엄 모델에도 차이나스타의 OLED 패널 탑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중국의 기술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글로벌 LCD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한 아이폰 디스플레이 공급망을 올해 처음 비집고 들어왔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6월부터 다음달까지 아이폰14 시리즈에 들어갈 6.1인치 OLED 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BOE 등으로부터 각각 82%, 27%, 6% 공급받을 예정이다. 그동안 BOE는 아이폰 리퍼비시 등 저가 제품에 한 해 패널을 공급해왔다. 리퍼비시는 하자 등의 이유로 반품된 제품을 수리해 재출시한 상품을 말한다.

애플 공급망에서 BOE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LCD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글로벌 LCD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공격적인 행보에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 더욱이 차이나스타가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한다면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초격차 유지가 한국 가전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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