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지거나 접히는 커브드·롤러블·폴더블 디스플레이에 이어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의 상용화 경쟁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사각 틀에 고정된 기존 디스플레이의 폼팩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권을 좌우할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Royole
휘어지거나 접히는 커브드·롤러블·폴더블 디스플레이에 이어 자유자재로 늘어나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의 상용화 경쟁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사각 틀에 고정된 기존 디스플레이의 폼팩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권을 좌우할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Royole

지난 수년간 우리는 곡선으로 휘어진 커브드 모니터부터 반으로 접히는 폴더블폰, 두루마리처럼 말리는 롤러블 TV에 이르기까지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에 따른 혁신적 폼팩터의 출현을 목도했다. 하지만 이들은 디스플레이 기술 진화의 종착역이 아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디스플레이의 마지막 한계마저 정복하려 하고 있다. 고무처럼 자유롭게 늘어나는 ‘스트레처블(stretchable)’ 디스플레이의 개발이 그것이다.

◇사각 틀의 굴레=디스플레이는 브라운관을 시작으로 액정표시장치(LCD), 발광다이오드(LE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진화해왔다. 유연하게 구부릴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바로 OLED를 기반으로 한다.

OLED는 전선과 회로소자가 놓이는 ‘백플레인’, 빛을 내는 ‘유기발광층’, 백플레인과 발광층을 충격과 이물질에서 보호하는 ‘봉지층’, 그리고 이들 3개층이 올려지는 ‘기판’으로 구성되는데 일반 OLED는 봉지층과 기판이 유리 소재여서 딱딱하다. 반면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유리 대신 투명성·유연성·내구성을 겸비한 폴리이미드(PI) 필름을 사용해 구부리거나 접히는 특성을 갖는다. 삼성전자의 폴더블폰과 LG전자의 롤러블 TV 모두 이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폴리이미드 필름은 만능은 아니다. 오직 한 방향으로만 휘어진다. 커브드·폴더블·롤러블 디스플레이가 견고한 베젤에 감싸져 수직 또는 수평 방향으로만 휘어지도록 제작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폼팩터의 변화에도 사각의 틀이라는 굴레는 벗어던지지 못한 것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이 한계를 극복할 궁극의 디스플레이로서 사방으로 늘어나고 비틀어도 성능·화질의 저하 없이 원상회복되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의 연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폼팩터 프리 시대=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면 디스플레이의 영역은 무한 확장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형태의 굴곡진 표면에도 디스플레이를 부착할 수 있고 의류·지갑·가방·우산 등 부드럽고 신축성이 요구되는 물건을 디스플레이로 만들 수도 있다.

심지어 스티커형 스마트시계처럼 피부에 붙이는 디스플레이의 설계도 가능해진다. 사실상 폼팩터 자체가 사라지고 만물이 디스플레이가 되는 ‘프리폼(free-form)’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특히 이것이 헬스케어·웨어러블·사물인터넷(IoT) 등 4차산업혁명 기술과 맞물릴 경우 가히 천문학적 규모의 경제적·산업적 부가가치 창출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폴더블·롤러블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적 진보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학계가 꼽는 최대 난제는 신축성 소자와 부품의 개발이다. 스트레처블을 구현하려면 반도체(트랜지스터)와 발광소자, 전기회로가 함께 팽창·수축해야 하는데 기존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과 회로를 그리는데 쓰이는 금속은 잡아당기면 늘어나기는커녕 부서지고 끊어져 버린다.

이를 감안할 때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일견 상상의 영역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다양한 원천기술이 개발되며 실용화 가능성이 입증된 상태다.

◇상상에서 현실로=실제 올 3월 미국 스탠포드대학 연구팀은 기판·전극·회로·발광 등 7개 층으로 이뤄진 고탄성 발광 폴리머의 개발에 성공했다. 이 폴리머는 휴대폰보다 2배 이상 밝은 빛을 내며 최대 2배나 늘어난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 디스플레이기업 로욜(Royole)이 마이크로 LED 기반 2.7인치 스트레처블 패널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패널은 130%의 신축성과 1인치당 120픽셀의 해상도를 지녔다.

디스플레이 최강국인 우리나라도 오래전부터 관련연구에 주력해왔으며 최근 주목할만한 성과를 속속 도출해내고 있다. 올 7월에만 카이스트와 서울대·고려대에서 각각 1000회 동안 구기거나 늘여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스트레처블 기판,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전극으로 적용한 스트레처블 발광소자의 개발 소식을 전했다.

삼성·LG디스플레이 역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관련연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7년 12㎜까지 늘어나는 9.1인치 디스플레이를 공개한 이후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이를 활용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지난해 6월 30%의 신축성을 가진 OLED와 광혈류 측정 센서를 통합한 전자 피부를 선보인 바 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2024년까지 신장률 20%의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개발을 목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책과제를 수행 중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지난해 6월 개발한 스트레처블 OLED 기반 전자 피부. 손목 움직임에 따른 피부의 최대 변형도인 30%까지 특성 저하가 없으며 1000회 스트레칭을 반복한 후에도 안정적으로 구동됐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지난해 6월 개발한 스트레처블 OLED 기반 전자 피부. 손목 움직임에 따른 피부의 최대 변형도인 30%까지 특성 저하가 없으며 1000회 스트레칭을 반복한 후에도 안정적으로 구동됐다.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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