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의 고난 되새기며 은혜 베풀어준 하나님께 감사
두레·품앗이·군무·마을잔치...한민족 풍습 많이 닮아

초막은 광야에서의 고생한 과거를 잊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중국이 음력설(春節)을 중시하는 데 비해, 우리는 추석을 최대 명절로 친다. 이와 흡사한 유대민족의 ‘초막절’(草幕絶 Sukkot)이 있다. 한민족은 동북아 및 동남아 일부 국가들과 전통 농경사회의 습속을 공유하지만, 유대민족과의 공통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유대력으로 7월 15일 초막절이 바로 음력 8월 15일, 우리의 추석에 해당한다. 윤년 때만 한 달 차이가 나는데, 2022년 금년이 그렇다. 금년 추석은 9월 10일, 초막절이 10월 10일~17일이다.

각각 ‘출애굽’ ‘율법 하사’를 기념하는 유월절(踰越 Pessah:Passover) 칠칠절(七七 Shavuot: Feast of weeks)’과 함께 초막절은 3대 명절이자 최대 명절이다. 이날을 맞아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을 방문해 성묘하고 성전에서 예물을 바치며 예배를 드린다. ‘감사’와 ‘나눔’이 추석과 초막절의 핵심이다. 초막절은 ‘광야의 40년’ 고난을 되새긴다. 초막절 기간 중 유대인들은 집 마당·베란다나 시나고그(회당) 앞뜰에 ‘초막’을 짓고 온가족이 거기서 7일간 기거한다.

초막의 지붕을 이은 종려나무 가지 틈새로 별을 볼 수 있다. 자기 조상들이 이집트(애굽)를 탈출해 시나이 광야에서 보낸 40년간의 고난을 되새기며, 허기·더위·추위를 면하게 해 주신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는 것, 이것이 초막절의 두 가지 큰 의미다. 한 해 수확을 감사하며 하늘과 조상에 제사지내는 추석도 같은 정신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곡식을 타작하고 포도즙을 짜서 저장한 후 7일간 초막절을 지키라. 지정된 예배처에서 7일 동안 이 명절을 지키면서 여러분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여러분의 농사와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에 복을 주신 것을 감사하고 기뻐하라"(신명기 16:13·15).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첫째 날···", 천지창조의 하루하루가 이런 식으로 기록돼 있다. 따라서 달 뜨는 저녁에서 다음 날 해 질 때까지가 ‘유대인의 하루’다. 안식일이 금요일 저녁~토요일 저녁인 이유이기도 하다. 유대인들은 음력을 지키면서 태양 절기를 맞추고자, 19년 사이 윤달을 7번 끼워 넣어 해결했다(태음태양력). 음력 중심이므로 유대인에겐 저녁이 하루의 시작이다. 초막절 저녁 땐 일곱가지 촛대의 촛불로 성전을 밝히고 그 아래서 더불어 횃불춤을 춘다. 여자들은 ‘시편’에 선율을 붙인 노래를 한 곡씩 부르며 15개 계단을 내려간다.

현대화되면서 대부분 사라졌지만 유대민족과 한민족의 풍습에 겹치는 부분이 많다. 농사일을 서로 돕는 두레·품앗이, 한자리에서 단체로 즐기는 군무(群舞), 추석날 저녁의 마을잔치와 달맞이, 횃불놀이, 강강술래 등을 보면, 추석도 초막절도 저녁 중심의 명절이다. 추석은 이름부터 가을 추(秋) 저녁 석(夕), 이날을 ‘중추절(仲秋節)’로 부르는 중국 일본과 대비된다.

또한 ‘나눔’을 실천하는 날이라는 점도 공통된다.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 밭 모퉁이까지 다 베지 말며, 떨어진 것을 줍지 말고, 그것을 가난한 자와 거류민을 위하여 남겨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레위기 23:22), "절기를 지킬 때는 너와 네 자녀와 노비와 네 성 중에 거주하는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가 함께 즐거워하라"(신명기 16:14) 등의 기록이 있듯, 유대인들은 이날 소외된 자들을 각별히 챙긴다. 추석도 비슷하다.

또한 ‘정(情)’이란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흥미롭다. 우리말 ‘정’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라하마누트(Rahamanut)’가 있다. 타자의 고통을 자기자신 및 혈육의 것처럼 공감하는 마음이자 느낌이다. 영어를 비롯한 주요 언어들이 ‘엄마 마음’(母情)의 뜻으로 번역하곤 하지만 ‘정’ 만큼 들어맞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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