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산업자원부는 8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6.6% 증가한 566.7억 달러, 수입은 28.2% 증가한 661.5억 달러로, 무역수지는 94.7억 달러 적자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 무역 적자를 기록한 후, 다시 4월부터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비관도 낙관도 금물이다.

최근 들어 한국 무역수지의 가장 변수는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액, 반도체 수출액, 대중국 무역수지와 글로벌 경기다. 이 중 가장 큰 변수는 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이다. 8월에만 208.2억 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75.9% 증가했다. 올해 들어 무역수지 악화는 에너지 수입액이 많은 한국·일본·이탈리아·프랑스 등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계 무역 상위 10대국 중 흑자국은 중국·독일·네덜란드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하는 한 에너지 가격 폭등은 어쩔 수 없다. 에너지 수입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석유와 가스 사용량을 줄이는 정책이 기본이다. 반도체 수출액과 대중국 무역수지와 글로벌 경기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제는 중국이 30년 이상 지연·누적시킨 주택·부동산 거품과 지방정부 과다부채가 임계점에 달한 조짐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시진핑의 좌익적(마오쩌뚱적) 노선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의 견제심리에 기름을 부어, 경기 침체를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경기 침체는 단기에 끝날 현상이 아니다.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신성장 품목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중국·중남미·CIS(구소련) 지역을 제외한 미국·EU·일본·인도·아세안·중동 등에 대한 수출은 증가했다. 특히 수출액이 중국의 80%에 육박하는 아세안에 대한 수출이 큰 폭(21.7%)으로 증가했다. 중국의 경기둔화와 산업 굴기에 따라 반도체·디스플레이·무선통신 기기는 수출이 감소했으나, 자동차와 부품, 철강, 석유제품 등은 크게 증가했다. 미래 먹거리인 2차전지는 무려 35.7% 증가했다. 한국은 과거 중국이 좌익적 노선으로 잠잘 때 약진한 적 있다. 중국이 또 한 번 비슷한 노선으로 주춤할 때 약진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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