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관계는 물론 코로나19사태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대만의 성장률은 3년 연속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은 대만의 대표적 기업이자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인 TSMC의 로고. /연합
양안관계는 물론 코로나19사태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대만의 성장률은 3년 연속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은 대만의 대표적 기업이자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인 TSMC의 로고. /연합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산업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한국 반도체 수출은 2년 2개월 만에 7.8%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만 반도체산업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불황이 미중관계 악화,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불가피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외적 요건 이외에도 첨단 미래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등 한국과 대만의 경영환경 차이가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6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2019년 3.06%, 2020년 3.36%, 2021년 6.57%를 기록하며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9년 2.2%, 2020년 -0.7%, 2021년 4.1%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학계·산업계에서는 한국 반도체산업의 위기가 2024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 10명 가운데 7명은 국내 반도체산업이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반해 대만 경제의 선전은 반도체 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매출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대만의 반도체 대기업 수는 28개로 한국의 12개보다 2.3배 많다. 이 가운데 대만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의 세계 1위인 TSMC를 비롯해 3위인 UMC, 그리고 반도체 설계(펩리스) 분야의 세계 4위 기업인 미디어텍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산업의 성공 비결은 첨단·미래산업에 대해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펼친 데 있다. 대만의 산업정책은 인력 양성, 연구개발(R&D), 세제 혜택은 물론 해외에 진출한 기업을 다시 본국으로 유인하는 리쇼어링 등으로 집약된다.

실제 대만은 반도체 전문인력 2000명 양성을 목표로 2021∼2025년에 걸쳐 646억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한다. 인력 육성에 속도를 내기 위해 국립 대만대에 반도체 관련 대학원인 중점과학기술연구학원을 개원, 신입생을 6개월마다 1회씩 선발하고 있다.

해외의 고급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대규모의 세제 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외국인 전문가에 대해서는 소득이 1억3000만원 이하일 경우 과세분의 절반을 과세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이 대표적이다.아울러 비자 등 거주 관련 규정도 완화했다.

대만의 반도체 경쟁력은 국가 연구기관인 산업기술연구기관(ITRI)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도 1987년 설립 당시 산업기술연구기관의 지원으로 출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만 행정원은 지난 2020년부터 인공지능(AI)·차세대 통신·미래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발전을 위해 큰 폭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연구개발 지출액의 15% 한도로 영업소득세액을 공제해 주고, 자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기계장비를 도입하면 수입 관세를 면제해 주는 것이 골자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리쇼어링 장려 정책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 2년 이상 투자한 대만 기업 가운데 대만으로 돌아오는 경우 22조3000억원 규모의 국가발전기금을 활용해 대출·대출이자 등을 지원한다.

대만 반도체산업은 이 같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올해 역시 쾌속행진이 예상되고 있다. 반면 한국 반도체산업은 중국의 기술 추격까지 겹치며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0일 애플은 메모리 반도체의 신규 공급처로 중국 YMTC를 낙점했다.

미국 주도의 칩4 동맹과 ‘반도체와 과학법’도 변수다. 반도체와 과학법은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반도체와 첨단기술 생태계 육성에 28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을 잘 활용할 경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중국 투자가 제한받는 등의 부정적 요인도 있지만 반도체 개발·설계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에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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