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7월 15일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UPI=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7월 15일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UPI=연합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원유 감산을 결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가 상승에 대응해 증산을 요청하러 사우디를 방문한 지 두 달 만이다.

"10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1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5일(현지시간) 월례 회의를 마친 뒤 이렇게 밝혔다.

"경기침체 우려로 유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9월 OPEC+는 원유 증산 규모를 전달보다 줄인 바 있다. 10월엔 그보다 더 감산할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백악관에겐 ‘빨간불’이 켜졌다. 백악관은 OPEC+의 감산 발표에 대해 별도로 성명을 내며 빠른 대응에 나섰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이 같은날 "바이든 대통령이 에너지공급 강화와 가격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은 이번 여름 기름값 인하를 목격했다. 주유소 기름값이 12주 연속, 10년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미국 내 원유 생산이 증산 과정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 내 원유 생산이 연초보다 하루 50만 배럴 이상 늘어났으며, 연말까지 100만 배럴에 달할 것이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 안정을 위해 미국 및 동맹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등의 조치를 취했다는 점,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점 등도 강조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둘러싼 논란만 커질 전망이다.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책임을 물어 사우디 정부·왕실을 왕따시키겠다는 소신을 굽히고 7월 사우디를 방문했지만, 원유 증산은 커녕 오히려 감산 결과를 맞았기 때문이다. 당시 유가가 갤런(약 3.78ℓ)당 평균 5달러를 넘고 물가가 치솟자, "인권을 외면한다"는 지적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를 찾았다. 카슈끄지 암살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 인사’까지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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