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영국 보수당 대표로 75년생, 40대 여성인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이 선출됐다. 보수당 16만 당원들만의 투표였고, 수낙 전 재무부 장관에 14% 차이의 승리였다. 집권당의 대표가 총리를 맡는 영국에서 트러스 장관은 마가렛 대처, 테레사 메이에 이어 세 번째 여성 총리이자 첫 ‘40대 여성 총리’이다.

영국 집권 세력의 변화를 보면 흥미롭게도 세계적 흐름과 발맞추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유럽 사회주의가 무너지며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마가렛 대처가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신자유주의’를 내세우며 집권했다. 이는 공산권이 몰락하는 큰 힘이 됐다. 공산권이 몰락하자 노동당의 블레어는 사회주의를 포기하는 강수로 13년을 집권했다.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지금까지는 보수당이 집권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권력의 변화도 파란만장하다. 5공화국 이후 1-2년마다 이합집산과 분열로 이름을 갈아대는 보수정당과, 민주적이지도 않으면서 늘 당명에 민주를 붙이고 다니는 ‘자칭 진보’인 좌파 정당. 두 거대 정당이 10년마다 주거니 받거니를 이어왔다. 그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5년 만에 다시 보수정당이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시작됐던 보수정당의 연전연패 선거들을 복기하면, 당시 민주당 전 대표였던 이해찬의 50년 집권론은 무시무시했다.

2021년 정권교체라는 지상과제를 앞두고, 대한민국 보수정당은 파격적으로 머리 좋고 말 잘한다는 30대 청년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하지만 10여 년 배신의 정치에 기생하던 그는 역시나 누구보다도 더 악질적으로 자당의 대통령 후보를 조롱하고 선거를 방해했다. 집권 후 여당 대표가 됐음에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비난하다가 당마저 붕괴시킬 뻔한 위기의 순간을 만들었다. 성 접대와 증거인멸 교사 의혹으로 다행히(?)도 퇴출된 그를 통해, 우리도 깊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정당 지도부의 구성원이 되려는 자의 ‘애당심’과 ‘정치 성향에 대한 검증’일 것이다. 앞서 말한 트러스 신임 총리 역시 스스로의 보수성을 철저히 인증했다. 그녀는 대학 시절 중도좌파 성향의 자유민주당원으로 활동했으나 보수당으로 전향해 정치를 시작했다. 그랬기에 ‘보수의 상징’인 대처와 옷차림과 말을 의식적으로 비슷하게 했다.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 구조 혁신 등 강경보수정책을 통해 당심을 모았다.

대한민국 집권 여당에는 우여곡절 끝에 ‘2차’ 비대위가 들어선다. 비대위 이후 2024총선을 지휘하게 될 지도부 선출에는 당원들이 나서 30% 여론조사라는 불필요한 분탕질조차 허용하지 않도록 당에 적극적인 의견 피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념의 결사체인 보수정당의 지도자들이 ‘보수’ 혹은 ‘우파’의 가치가 낡았다며 숨기고 어줍잖게 중도를 표방하여, 좌파 선동에 휘둘리지 않도록 엄중한 잣대로 검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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