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 가맹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편의점이 50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재계약 대상 점포를 놓고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업계의 치열한 뺏고, 빼앗기기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CU
내년 중 가맹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편의점이 50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재계약 대상 점포를 놓고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업계의 치열한 뺏고, 빼앗기기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CU

국내 편의점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내년 5000여개의 가맹점 재계약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른바 ‘간판 뺏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집 앞의 씨유(CU) 편의점이 GS25로, 미니스톱이 이마트24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23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내주 중 이달 말로 종료되는 편의점 근접 출점 제한 자율규약에 대한 3년 연장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2018년 처음 도입된 자율규약은 편의점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담배 소매업 지정 제한거리를 차용해 50~100m 내 신규 편의점 출점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업계 스스로 지난 3년간 규약을 준수하면서 상생·협력의 모범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연장에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장으로 앞으로도 편의점 업계는 신규 출점을 통한 외형 키우기가 어렵게 됐다. 대신 성장의 중심축을 기존 가맹점에 맞추고 있다. 내년 중 가맹계약이 만료돼 갱신해야 하는 점포수가 역대급이기 때문이다. 업계 예상치가 국내 전체 편의점 4만8000여개의 10%를 웃돈다.

CU 관계자는 "1차 자율규약 시행을 앞둔 2017년 출점 경쟁이 극에 달하면서 전국에 5000여개 편의점이 새로 생겼다"며 "통상 가맹계약 기간이 5년임을 감안하면 이들 대부분이 내년에 위약금 없이 브랜드 간판을 바꿔 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누가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재계약 점포를 많이 차지하는지가 편의점 업계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결과에 따라 업체 순위 역시 요동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편의점 브랜드별 가맹점 수는 CU 1만4923개, GS25 1만4688개, 세븐일레븐 1만501개, 이마트24 5169개, 미니스톱 2603개다. 1위와 2위의 자리 교체는 물론 중위권 업체도 이 기회를 살려 선두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에 충분한 환경이다.

특히 일본 이온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한 미니스톱이 최근 매물로 나온 것도 큰 변수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내년 1월 본입찰이 예고된 가운데 이마트24가 강력한 인수 의지를 표명했고, 세븐일레븐의 참전설도 나오고 있다"며 "미니스톱이 이마트24의 품에 안긴다면 세븐일레븐의 턱밑까지 추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니스톱은 2018년에도 매각이 추진돼 롯데그룹(세븐일레븐), 신세계그룹(이마트24)이 경합했지만 가격에서 이온그룹과의 입장차로 무산된 바 있다.

현재 각사는 기존 가맹점의 이탈을 막으면서 타사 가맹점을 뺏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달에만 CU, GS25, 이마트24가 앞다퉈 전례 없는 수준의 가맹점 상생안을 발표한 것도 점주의 마음을 얻어 집안 단속을 철저히 하려는 판단이 근저에 깔려있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첫 스타트는 GS25가 끊었다. 지난 2일 전 점포 대상 일상회복 상생지원금 20만원 지급, 재계약 지원금 인상, 가맹점주 건강검진 등을 담은 180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내놨다. 이에 CU는 15일 2000억원 규모 상생안으로 응수했다. 상품 폐기 지원금의 월 최대 40만원 확대, 연 2회 최대 100만원 인센티브 지급, 간판·조명 교체 지원 등이 담겼다.

이마트24 또한 16일 신규 24시간 유인 영업매장 운영비 지원, 폐기 지원금 규모·대상 확대, 영업 활성화 지원 등의 가맹점 지원에 4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내년 초 상생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분위기를 보면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주의 ‘갑을’ 관계가 뒤바뀌었다고 느낄 정도"라며 "카페형 편의점, 금융 특화 편의점처럼 수익성을 높일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매출 성장의 최대 포인트는 가맹점 수라는 점에서 타사 점주 모셔오기 경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기존 가맹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점주의 수익성을 높여줄 전례 없는 수준의 상생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GS25
최근 편의점 업계는 기존 가맹점의 이탈을 막기 위해 점주의 수익성을 높여줄 전례 없는 수준의 상생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GS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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