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희정
심희정

글로벌 화장품 기업에 다니는 이모 전무는 6개월 마다 체내 화학성분 농도를 측정하는 건강검진을 회사로부터 지원받는다. 그는 "화장품에 많은 화학성분들이 사용되는 만큼 목숨 걸고 회사 다닌다"고 고백했다.

몇 해 전 유명 연예인의 고모인 김모 대표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의 모친이 시력을 잃었다는 것. 그는 "건강검진 결과 모친의 혈액 내 유해 화학성분의 농도가 매우 짙게 나왔다"며 "대학병원 의사가 샴푸의 문제를 지적했다"고 전했다. 그때서야 그는 모친이 10년간 사용해 온 샴푸에 ‘살충제와 제초제에도 사용될 만큼 독성이 크고 쉽게 흡수되며, 시신경을 통해 흡수돼 백내장의 원인이 되고 어린이의 눈에는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화학세정제가 다량 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가 믿고 써온 화장품이나 목욕용품에 사용되는 화학성분 때문에 원인 모를 병에 걸리고 있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먹는 독’은 그나마 체내에서 70%가 배출되고 30%가 남지만, 피부에 쌓이는 화학 물질 독소인 ‘경피독’은 피부에 해독기관이 없기 때문에 10%만 밖으로 나가고 90%가 몸에 남는다고 경고한다. 한 전문가는 "화학성분으로 피부 장벽이 얇아지면서 유해물질이 더 쉽게 혈액으로 흡수돼 신장을 시작으로 뇌, 장기, 관절까지 영향을 미친다"며 "합성물질 사용을 자제하고 천연물로 제조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이 경피독을 피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아직까지 소비자나 제조사 모두 경피독의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저가의 실리콘과 화학성분들로 쉽게 찍어내는 화장품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제조사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바르는 것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제재도 경고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도덕성이 결여된 제조사는 시장에서 도태되기 마련. 경피독이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내 몸에 사용되는 것인 만큼 화장품 등을 선택할 때 성분을 따져 보는 습관을 들여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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