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국적 고려인 작가 빅토르안 사진전 '까레이치, 고려사람'

고려신문 광고.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및 카자흐스탄의 수교 30주년 기념 특별전 ‘까레이치, 고려사람’이 열리고 있다(9월7일~11월7일 국립민속박물관).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 사진작가 빅토르 안(75세)의 기증품이자, 고려인의 시점에서 고려인의 삶과 역사를 포착한 작품들이다. 박물관 관계자에 따르면, "한민족 디아스포라 연구에 유용한 자료이며, 국내에 기증·소장된 바 없어 희소 가치도 높다."

‘까레이치’(카레이츠)란 러시아권 내지 중앙아시아에서 한민족을 가리키는 정식 표현이다. ‘까레이’(코리아=고려)에 사람을 뜻하는 ‘스키’가 붙어 ‘까레이스키’, 그것의 복수형 ‘고려인들’에 해당한다. 까레이스키, 빅토르 안은 1947년 타슈켄트 지방 출신이다. 1978년 고려인을 위한 민족어 신문 ‘레닌기치’에서 일하며 사진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또 다른 민족어 신문 ‘고려일보’에서도 근무한 그는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지역 고려인의 삶과 역사를 사진으로 남겨 왔다.

5월 ‘재외한인동포 생활문화조사: 중앙아시아’ 사업의 일환으로 빅토르 안이 국립민속박물관에 사진 352점을 기증했다. 그 중 고려인의 생활 문화를 잘 보여주는 사진 60여 점이 이번 특별전을 구성한다. 일생의례·세시·음식·주거 등 총 9개 부분으로 나눠 전시돼 있다.

1979년 우즈베키스탄 나망간 주에서 촬영한 ‘볏논에서’는 농기구를 든 우즈베크 노동자, 이를 살피며 지시하는 고려인 지도자의 모습을 꼼꼼히 담았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 배경의 광고 사진도 눈길을 끈다. 노랑색 한복의 젊은 여성이 ‘고려신문’(1997년 창간)을 읽고 있는 모습, 즉 고려인이 고려신문을 만들어 고려신문 광고를 찍은 것이다.

1994년 한 집단농장의 ‘돌잡이’ 장면도 인상적이다. 아기의 만 1세를 축하하며 상 위 물건들을 집게 해 미래를 점치는 풍속, 현재까지 이어지는 우리 돌잔치 모습 그대로다. "1980년대 중반쯤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됐다", "나 아니면 누가 이 일을 하겠나 싶었다. 더 세월이 흐르기 전에 기록해 둘 필요성을 느꼈다"고 빅토르 안이 말했다.

이번 특별전은 낯설고 척박한 땅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땀·눈물, 생존을 위해 분투한 흔적을 따라가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돌잡이.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전시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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