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美 유사시 韓 역할론’…워싱턴서도 논의 中
고개 드는 ‘美 유사시 韓 역할론’…워싱턴서도 논의 中
  • 한대의 기자
  • 승인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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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군사 작전에서 동맹인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VOA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합위기관리 범위를 ‘미국의 유사시’까지 넓히는 문제가 한-미 군 당국 협의에서 다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워싱턴의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국군의 지원 범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국방부는 한-미 군 당국 간 최근 논의에서 동맹의 대응 범위를 ‘한반도 유사시’에서 ‘미국의 유사시’로 넓히자는 미국 측 의견이 제시됐다는 보도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구속된 한국 군의 지원 범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이미 미-북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이후 워싱턴에서도 꾸준히 이뤄져왔다.

마이클 오핸론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30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연합위기관리의 범위를 넓히는 문제는 사전에 “모든 상황에 구속력을 갖는 해답”을 정해놓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위기 상황 속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워낙 많아 한국의 참여 여부는 실제로 그런 상황이 발생한 뒤에야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위 ‘전략적 융통성’을 의미한다.

오핸론 연구원은 북한의 ICBM 공격 조짐을 포착한 미국이 B-2 전략폭격기로 북한을 타격하는 시나리오를 예로 들었다. 만약 미국이 본토 안전을 앞세워 한국과 상의없이, 혹은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런 작전을 강행해 북한이 괌에 보복 공격을 가한다면 동맹으로서 한국의 참전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이 자국 안보를 위해 한국 정부의 역할을 배제하고 북한 ICBM 발사대를 파괴하는 것이 주권적 결정이듯이 한국이 한-미 연합 대응에 동참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주권의 영역이라고 밝혔다.

오핸론 연구원은 한-미 동맹이 워낙 굳건하고 양국 군이 매우 긴밀히 연계돼 있어 어떤 군사적 사태에서도 서로 협력할 것이지만, 위기 상황의 세부적 측면을 알기 전에 미국이 한국의 참여를 미리 주장할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북한과 제한적 군사 충돌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즉각적인 개입을 당연시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한국 공격으로 인한 전면전은 결국 많은 미국인들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져 미국과 한국의 분리된 대응을 상상하긴 어렵지만 실제 상황 속 무수한 변수를 알기 전에는 이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한-미 연합대응 범위의 확대 여부는 실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린 문제로 이분법적인 규칙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어떤 충돌도 세계 질서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를 동북아시아 차원에서 보다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워싱턴의 군사 전문가들은 동맹으로서 한국군의 역할 범위가 넓어져야 할 때가 됐다는데 보다 무게를 뒀다. 특히 70년 가까이 지속돼온 동맹이 한국의 달라진 국력과 새로운 환경에 맞게 진화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폈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이를 “동맹의 자연스러운 성숙”으로 표현하면서, 동맹은 북한의 위협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동맹의 성숙’을 한국과 직접 연관이 없는 국외 분쟁에도 한국군이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직접 연결 짓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한미연합사의 대응 범위를 한반도를 넘는 개념으로 읽는 견해이다.

맥스웰 연구원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의미와, 역내와 전 세계의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것이 동맹의 진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향이 한국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두 나라의 전략적 이해에 비추어 한-미 동맹을 냉정히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한국이 아프가니스탄 등 한반도를 벗어난 지역에서 미국을 지원해야할 조약상의 의무를 지지는 않지만 그동안 한국민과 한국군은 역내를 벗어나 전 세계에서 미국의 군사 활동을 지원해왔으며 베트남전이 대표적인 예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현재 두 나라의 군사 지원 의무는 상호방위조약의 틀 안에 매여 있지만, 앞서 역외에서 이뤄진 협력이야말로 동맹을 각인하는 특징이 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한 쪽 동맹의 핵심적 국가 이익에 위협을 가하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동맹의 다른 일원이 지원에 나서는 모습을 계속 보기를 희망한다며, 위기 대응에서 각각의 역할을 보다 광범위하게 규정했다.

미 군사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가 아닌 북한이 미국의 민간 혹은 군 자산을 공격하는 경우 한국의 자동 개입은 논쟁의 여지없이 자명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대가 북한일 때는 한국이 먼저 공격받지 않더라도 무조건적인 참전 의무를 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브루스 벡톨 텍사스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어디서 어떤 형태로 공격하든 ‘한국전’이 아니라고 할 시나리오는 없다고 단언했다.

가령 북한이 화성 14호나 15호 미사일로 알래스카를 공격해 수많은 미국민이 사망할 경우 이는 곧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의 전면전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벡톨 교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마찬가지로 동맹의 한 축에 대한 공격은 다른 한 축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이 경우 한미연합사령부가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내다봤다.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북한이 미국 영토를 먼저 공격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한국은 앞서 중동 지역에서 그렇게 했듯이 미국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것이 동맹으로서 정상적인 행동이라는 인식이다.

해군 소장 출신인 미 해군분석센터의 마이크 맥데빗 선임연구원은 한미연합사령부의 개입 범위를 일본에 대한 북한의 공격 상황까지 확대하면서, 북한이 일본과 주일미군 기지, 미국 영토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할 때 한미연합사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2조는 두 나라의 무력 억지 범위를 ‘태평양 지역에서의 모든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한국에서 캘리포니아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위협”으로 넓게 해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직 미군 당국자들과 군사 전문가들은 따라서 북한이 미국의 안전을 위협할 때 미-한 연합군이 한반도를 넘어 역량을 제공하지 않는 상황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실제 그런 상황이 전개될 경우 ‘미-한 동맹의 종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벨 전 사령관은 현실화되기 어려운 가정임을 전제로, 북한이 괌이나 하와이,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지원에 나서지 않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다며, 그럴 경우 이는 미국이 한국과의 동맹 지속 여부를 재고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국에 군사 작전 동참을 강요할 수 없다고 밝힌 오핸론 연구원도 백악관과 청와대가 엇갈린 결정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어느 한쪽의 결정을 다른 한 쪽이 완전히 지지하지 않을 경우 두 동맹국은 상대방의 반응에 더 이상 매이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넷 연구원은 더 나아가 한국이 북한 위협에 대한 미국과의 공동 대응을 거부할 경우 미국은 이를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으로 간주하고 조약을 무효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의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북한의 미 본토 타격이 현실화될 경우 보복 대응은 한국의 개입 없이 미국 주도로 이뤄지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북한이 미 서부를 공격할 경우 미국은 핵무기로 보복할 것이라며, 한국이 이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브 전 차관보는 한국에 대한 재래식 무기 공격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에는 물론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되겠지만, 미국이 본토 피해에 대한 핵 보복 작전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gw2021@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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