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100년 이래 가장 둥근 ‘추석 보름달’을 볼 수 있었던 추석이었다.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이 될수록 완벽하게 꽉 찬 보름달을 관측할 수 있다는데, 이번 기회를 놓쳤다면 다음에는 2060년쯤에야 볼 수 있다. 현재 30대 후반인 필자가 70대의 노인이 되어 장성한 자녀들과 함께 맞이할 또렷한 ‘추석 보름달’을 생각하니 까마득하지만 기대도 된다.

대략 40년 후에야 다시 볼 수 있을 완벽한 모습의 ‘추석 보름달’은 기대와 함께 미래에 대한 고민도 낳았다. 40년 후 대한민국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 밀레니얼(Y) 세대나 Z세대를 합한 MZ세대까지 끊임없이 지속된 세대 간의 갈등과 남녀 갈등은 해소될 수 있을까. 또 동서로 나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은 극복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인지 또 누구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올 추석 연휴에도 여느 때처럼 두 거대정당의 지도부는 기차역으로 인사를 나갔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선이 출발하는 용산역으로,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경부선이 있는 서울역으로. 차려입은 양복에 어깨띠를 두르고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정치인들 대부분은 베이비붐 세대 혹은 민주화 세대로 불리는 50, 60년대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뜨겁게 끓어올랐던 당시 청춘들은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며 산업화 세대의 빈자리를 채우고 수십년간 정치와 사회 전반에서 주를 이루게 되었다. 그들은 DJ를 통해 짙어진 지역갈등과 고질적인 세대갈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당장의 선거에서 표를 받기 위해 갈등 해결은 뒷전이었다.

깊어진 갈등은 이제 다음 세대의 과제로 넘어갈 것 같다. 바톤을 이어받을 MZ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뛰어넘어 본격적인 글로벌화에 가장 맞닿아 있는 세대일 것이며, 고작 한반도 반토막의 한국 정치라는 것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세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인들을 통해 만들어진 여러 영역에서의 인위적 갈등은 인간 개개인의 삶과 사회에 반드시 악영향을 끼친다. 더욱이 이재명의 개딸에 빌붙은 민주당의 3040 정치인들이나 최근 국민의힘 이준석 사태만 봐도 세대 갈등을 넘어 남녀마저 갈라 팬층을 끌어모으려는 저질 정치가 되풀이되고 있다. 비겁하고 찌질한 모습이 지속되며 국민은 정치를 불신하고, 국민에게 존경받는 정치인조차 실종됐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은 정치란 사회적인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즉 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형태의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이 ‘정치’인데, 지금 우리 정치권에는 오히려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행태가 판을 치고 있다. 당장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국민 갈등이 봉합되도록 고민하고 노력하는 정치문화가 자리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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