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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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최근 한국과 미국 그리고 세계에 대고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회의에서 김정은의 북한은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다. 여러 ‘핵무기의 사용조건’을 명기했지만, 한마디로 위협의 실재 유무를 떠나 언제든 핵을 발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북한 비핵화 노력을 포기하라는 메시지를 가장 가혹하게 전달한 셈이다.

이제 북핵 포기를 협상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정치인들과 분석가들은 헛된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북한과의 협상을 위해 들인 그간의 노력은 환상으로 치부돼야 한다. 북의 위협에 단호하게 맞서며 있는 그대로 비판해야 한다.김정은의 넌센스 앞에서는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 "~할 걸 그랬다" 식의 표현은 무의미하다. 김정은에게 비핵화 대가로 막대한 지원을 제공한다던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도 의미가 없다. 북한에게는 단호하고 간결한 표현이 필요하다. "북한에겐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남한은 이제 더 이상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김정은의 주장대로, 미국이 북한을 비핵화 하고자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싶어한다"는 표현은 틀렸다.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미국은 안다. 예컨대 남한에 실제로 핵탄두 미사일을 발사할 지도자가 새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 자위력 약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신속한 대처 능력 강화가 더 중요해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한미 양국은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채택한 ‘자동 핵타격 허용 법안’을 단호히 비판해야 한다. 이 법은 핵무기에 대해 결정적 힘을 지닌 김정은의 ‘일체적 지휘’를 합법화한 것이다. 핵전쟁을 일으킬 준비가 돼 있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김정은은 항상 모든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강화하자 자신의 권력을 더 증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미군과 한국군은 5년 만에 첫 야외훈련을 마쳤고, 윤 대통령과 장관들은 북한이 큰 소리치며 거부해 온 협상과 쉽지 않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지난 6일-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국방부가 주관하는 서울안보대화(Seoul Defense Dialogue·SDD)가 열렸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서울안보대화에는 54개국과 유엔·유럽연합(EU)·NATO 등 3개 국제기구의 국방 관료,국내외 민간 안보전문가 등이 참석해 세계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필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북한이 2017년 9월 이후 처음으로 7차 핵실험을 한다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차관은 "북한의 위협 대상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포함된다"며 이어 "심각한 결과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북한의 위협 시도를 막기 위해 필요하다면 반격을 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의 발언들이 허황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실질적인 위협 행동을 보이면 신속하고 단호하게 움직일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

김정은의 외모와 말투에서 늘 연상되는 것은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과 그가 일으킨 전쟁이다. 김일성은 북한 건국 2년도 채 되지 않아 남침을 명령했고 그 전쟁은 4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6·25 당시 미군 전사자만도 4만5000명이었다. 전쟁의 규모나 기간에 비해 민간인 사상자도 많았다.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이 핵 위협을 높이면 오히려 한미동맹은 강화된다. 또한 국제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켜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악화시킨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경고는 김정은에게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다. 김정은은 "미국은 역대 최대의 제재와 봉쇄를 가함으로써 적을 오판한 잘못을 범했다"고 큰소리쳤다.

한국과 미국은 정작 ‘오판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김정은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러는 한편 한미 양국은 방어를 강화해야 한다. 김정은은 언제든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을 승인함으로써, 6·25보다 훨씬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두 번째 침공, 두 번째 전쟁을 고려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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