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의 면면이 드러났다. 김상훈(3선·대구 서구)·정점식(재선·경남 통영고성)·전주혜(초선·비례대표) 의원, 김병민 서울 광진갑 당협위원장, 김종혁 혁신위원회 대변인,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 그들이다. 성일종 정책위원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번 비대위원 인선에서 드러나는 키워드는 ‘통합과 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영남과 호남, 원내와 원외를 포괄하려 배려한 것이 느껴진다. 정기국회를 관통하는 일정도 고려해 정치 쟁점에 기민하게 대응할 역량을 안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비대위 구성에서 일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무난하게 기한 마치고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차기 지도부에게 바통을 넘기는 데 주력하는 관리형 비대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색무취 인선이 무난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번 인선은 적지 않은 논란거리를 갖고 있다.

본인이 자진사퇴해서 다행이지만,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해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진 인사가 ‘친윤’을 상징하는 것은 곤란하다. 굵직한 선거 때마다 근거도 불분명한 전문성을 내세워 등장하는 ‘얼굴마담’이 끼어들어야 할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 심지어 조만간 사라져야 할 혁신위 몫으로 배려한 인사는 또 웬말인가.

인적 구성이 고만고만한 만큼, 정진석 위원장의 캐릭터가 비대위 전체의 방향성과 성격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정 위원장은 올드 보수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갖고 있다. 장점이야 안정감과 무난함이지만, 한계는 무소신에 기초한 타협과 적당주의이다. 이는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박경석 대표와의 만남에서도 드러났다.

출근길 지하철 운행을 가로막는 불법 시위로 시민들을 폭발 직전 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전장연 대표를 만나서 "(대책을) 심도있게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명백한 실수다. 좌파들이 혼란을 부추길 때마다 우선 급한 불을 끄자며 이들의 불법과 떼법을 용인하고 타협해온 것이 우파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이준석 전 대표가 나름의 정치적 상징성을 가졌던 것도 이런 불법과 떼법에 대해 선명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비대위 스스로 이준석 전 대표의 정치적 존재감을 되살리는 어리석은 행보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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