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게임' 에미상 6관왕 쾌거 이모저모
2년 전 '기생충' 영광 재현...美방송계 시상식 새 이정표
작품의 세계적 인기 요인은 공들여 완성한 번역과 자막

12일(현지시간)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이 열린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드라마 ‘오징어 게임’ 제작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오영수, 배우 겸 모델 정호연, 감독 황동혁, 제작자 김지연, 배우 이정재, 배우 박해수. /연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 및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 역사를 통틀어 한국인 최초, 아시아인 최초의 감독상 수상이다.
 
미국 TV예술과학아카데미는 12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제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을 열고 황 감독을 드라마 시리즈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했다. 황 감독 스스로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한 ‘오징어 게임’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무대에 오른 황 감독은 영어로 소감을 밝혔다. 에미상 관계자들과 넷플릭스에 감사를 표하고 자기 혼자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성취임을 강조했으며, "시즌 2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오징어 게임’은 이미 4일(현지시각) 크리에이티브 아츠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4개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여우게스트상(이유미)을 비롯해 시각효과상·스턴트퍼포먼스상·프로덕션디자인상 등이다.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이 더해졌으니 ‘오징어 게임’은 에미상 6관왕에 빛나게 됐다. 2년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누린 영화 ‘기생충’의 영광을 재현한 셈이다. ‘오징어 게임’ 작품상은 불발됐지만,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0년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 최초의 작품상으로 92년 오스카 역사의 새 장을 열었듯, ‘오징어 게임’ 역시 미국 방송계 시상식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국제영화제인 아카데미상에 비해 미국 TV 프로그램 중심인 에미상이기에 더욱 이례적인 수상이다.
 
펜데믹을 거치며 넷플릭스 등 OTT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TV나 영화관이 주된 유통 경로였던 시대에 외국드라마란 마니아들이나 찾아보는 ‘비주류’로 여겨졌다. 유료 채널에 가입하거나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내려받아야 하는 등 불편함이 따랐다.
 
과거엔 무엇보다 언어 장벽이 높았다. 영어 이외의 언어로 제작된 작품은 국제 시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애호가들이 해당 언어를 공부해 자막을 덧입히곤 했다. 인기를 끈 후 급하게 자막 작업을 하다 보니 번역 오류가 적지 않고 시간도 걸렸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한국 영상 작품을 즐기는 시청자들이 주로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한류 팬덤 국가들에 한정된 편이었으나, OTT가 이런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작년 9월 17일 190여개국에 동시 공개됐고, 사전 제작된 자막이 처음부터 제공됐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인기 요인의 하나로 공들인 번역을 꼽는다. 새로운 미디어 OTT의 특성도 중요하다. "혁명적 플랫폼 OTT가 전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 타문화권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드는 가운데 글로벌 협업작을 만들어 내고 있다"(공희정 드라마평론가).
 
한편 시상식 무대에 오른 ‘오징어 게임’ 배우들의 패션 또한 주목을 받았다. 루이비통의 글로벌 하우스 앰배서더로 활동해 온 정호연을 위해 제작된 루이비통 드레스, 머리 장식 등이 눈길을 끌었다. 연기 인생 59년 최초의 해외 시상식 참석인 오영수는 검은색 턱시도와 나비넥타이를 맸고, 재킷 안에 잔무늬 조끼로 멋을 냈다. 옷맵시에 정평이 나 있는 이정재의 경우, 연인인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과 손잡고 나란히 포토월에 서서 또 다른 매력을 뽑냈다.
 
이날 시상식 무대에 드라마 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의 술래 ‘영희’가 깜짝 등장해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영희를 본 이정재와 정호연이 게임에 임한 듯 잠시 ‘동작 그만’ 자세를 취했다. 해외 취재진의 질문 공세도 쏟아졌다. 시상식 후 에프터 파티(뒤풀이)에 관해 묻자 정호연이 재치 있는 답변을 한다. "제가 춤추고, 황 감독님과 오영수 선생님이 소주를, 이정재 선배님은 위스키, 박해수 선배님은 맥주를 마실 거에요."
 
시즌2에 대한 관심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작년 11월부터 있었으나 넷플릭스가 시즌2 제작을 공식화 한 것은 올 6월이었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 게임 진행 총괄 프런트맨(이병헌), 딱지놀이로 사람들을 게임에 끌어들이는 양복남(공유)이 돌아온다.
 
팬들을 향한 황 감독 편지에 따르면, 1화 ‘무궁화꽃이 피던 날’ 속 술래 역인 거대 인형 캐릭터 ‘영희’의 남자친구 ‘철수’를 만날 수 있다. 황 감독은 시즌2를 위한 새로운 게임 아이디어 구상에 열중해 왔으며 최종 선택이 어려웠다고 외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시즌1 때처럼, ‘가장 단순한 규칙으로 인간의 가장 복잡한 감정을 그려내는 게임’들이 될 것이다.
 
"주인공 성기훈 캐릭터의 진화에 주목해 달라"는 황 감독은 시즌2의 가장 큰 특징을 ‘캐릭터 변화’로 꼽았다. "성기훈이 더 이상 순진하지 않다. 그는 시즌 1에서 배운 것들을 (시즌2 게임에) 일부 적용할 텐데, 자기 방식을 어떻게 관철할지가 시즌 1과의 핵심적인 차이"다.
 
황 감독의 시즌2 각본이 이미 완성돼 있다. 2024년 말 작품 공개가 목표지만 유동적이다. 흥행 성적 또한 큰 관심사다. 시즌1은 공개 28일만에 누적 시청 16억5천45만 시간으로 넷플릭스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시즌1 이상의 기록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기대치가 높아 부담도 크다.
이정재가 임세령 씨와 함께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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