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박물관에 전시된 한국고대역사연표중국 국가박물관에 전시된 한국고대역사연표. 발해와 고구려 부분이 빠져있다. /연합
중국 국가박물관에 전시된 한국고대역사연표중국 국가박물관에 전시된 한국고대역사연표. 발해와 고구려 부분이 빠져있다. /연합

중국이 한중일 고대 유물 전시회에서 한국 고대사를 소개하며 고구려와 발해 국가를 일부러 뺀 것으로 드러났다.

베이징 소재의 중국 국가박물관은 한중수교 30주년과 중일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7월부터 ‘동방길금(東方吉金: 동방의 상서로운 금속)-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을 열고 있다.

전시회 한국고대사 연표에 청동기시대를 고조선으로, 철기시대를 신라·백제·가야·통일신라·고려·조선 등으로 표기했다. 신라·백제와 함께 삼국시대를 이끈 고구려가 빠진 것이다.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각국의 건립 연도를 비교적 자세히 표기한 점 등으로 미뤄 고의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고구려 유민들의 나라로 알려진 발해도 고대사 연표에 표기되지 않았다. 연대기표 하단에 관련 내용을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했다고 표기했을 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통상 전시에 사용하는 자료는 제공 기관의 자료를 성실히 반영하는 게 국제 관례"다.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한 연대기표가 중국에서 임의로 편집된 것이다. "이번 중국의 태도는 신뢰관계를 훼손하는 것으로, 즉각적인 수정과 사과를 강력히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고대사 일부를 중국사의 일부로 만들어버린 ‘동북공정’(東北工程)은 중국의 국책 학술사업으로 2002~2007년 집중 진행됐다. 중국에선 이미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의 지방 역사로 가르치고 배운다.

중국 자신을 세계의 ‘중심’이라 인식하며 ‘중심의 무한 확장’을 정당화 하는 것이 이른바 ‘중화주의’의 핵심 속성이다. 우리의 국민적 관심은 물론, ‘인문학적 대항논리 개발’을 비롯한 학술 투자, 국제여론 환기 등 외교적 노력 또한 필요해 보인다. 베트남 등 남아시아와도 조만간 고대사 관련 논란이 불거질 수 있으며,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들과의 갈등도 시간 문제다.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매우 ‘뻔 하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이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를 받자, "고구려 문제는 하나의 학술 문제"라고 전제했다.

"학술 문제는 학술 영역에서 전문적인 토론과 소통을 할 수 있으며 정치적인 조작(이슈화)을 할 필요가 없다."

별다른 하자 없는 답변으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역사학이란 ‘팩트’에 근거한 ‘해석’이자 인문학적 상상력이 동원된 학문이라는 사실이다. 19~20세기 ‘내이션 스테이트’(국민국가) 건설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따라서 어차피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학문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