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하다 펜 잉크 흐르자 불평...그 전엔 펜대 빨리 치우라 손짓

영국의 새 국왕 찰스 3세가 12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 내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상·하원 의원들의 조문을 받은 뒤 연설하고 있다. 그는 연설을 통해 "사심 없는 직무수행"을 약속했다. /연합
영국의 새 국왕 찰스 3세가 12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궁전 내 웨스트민스터 홀에서 상·하원 의원들의 조문을 받은 뒤 연설하고 있다. 그는 연설을 통해 "사심 없는 직무수행"을 약속했다. /연합

영국의 새 국왕 찰스 3세가 국가적 공식 행사에서 짜증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찰스 3세는 이날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인근 힐스버러성을 방문해 방명록에 서명하다 펜의 잉크가 흘러 손을 적시자 "Oh god, I hate this"라고 말했다.

"세상에(젠장), 너무 싫어 이거"로 번역될 수 있는 가벼운 투덜거림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커밀라 왕비가 펜을 받아들며 "사방에 흘렀네"라고 대꾸한다. "이런 빌어먹을 것은 못 참겠어. 허구한 날 말이지." 찰스 3세의 혼잣말이 이어졌다.

서명에 앞서 "이런, 날짜를 잘못 썼네"라며 고쳐쓰기도 했다. 10일 세인트 제임스궁 즉위위원회 행사 땐 문서에 서명하면서 책상 위의 펜대를 빨리 치우라는 듯 손을 내저었고 해당 영상이 SNS에 퍼졌다.

국왕으로서의 임무와 권위에 충실했던 고(故) 엘리자베스 2세에 비해, 찰스 3세는 ‘더 솔직하고 덜 순응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황태자 시절부터 판에 박힌 듯한 전통을 피하며 자신만의 방식을 적용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2004~2005년 농업·유전자 변형, 지구온난화, 사회적 소외,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자신의 견해를 표명한 편지와 메모(이른바 ‘검은 거미 메모’)를 정부 각료와 의원들에게 보내, ‘간섭하는 왕자’(meddling prince) 별명까지 얻었다. 자신이 옹호하는 가치를 위해 싸움도 마다 않을 모습이다.

황태자 책봉 64년 만에 왕위를 이어받은 찰스 3세는 특권적 왕실 구성원을 대폭 축소하고 왕궁을 더욱 개방함으로써 왕실의 재정수지 개선을 추구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여왕의 관은 이날 수도 런던 버킹엄궁에 도착했다. 14일 오후 5시부터 나흘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돼 19일 오전 6시 30분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수백만 명이 여왕의 마지막 가는 길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템즈 강변을 따라 줄을 설 것으로 보안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찰스 3세가 지난 10일 세인트 제임스 궁에서 열린 즉위식 당시 책상 위에 놓인 물건을 치우라며 짜증내는 모습. /트위터 캡처
찰스 3세가 지난 10일 세인트 제임스 궁에서 열린 즉위식 당시 책상 위에 놓인 물건을 치우라며 짜증내는 모습.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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