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찬
이범찬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가치 전도시대에 살고 있다. 불법을 저지른 집단이 자신들의 단죄를 막기 위해 다수의 힘으로 정부조직의 역할과 기능을 못하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정의라고 우기고 선동한다. 선동당한 국민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팬덤이 되어 막무가내 지지를 보낸다. 그러다가 아니면 말고다. 이게 정의가 바로 선 나라인가?

지금 민주당은 다수의 힘으로 지지표를 묶어두기 위해, 노동조합이 폭력·파괴 등 불법파업을 하더라도 노조의 결정에 의한 것이면 개인이나 노조에 배상책임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노조와 노조원의 불법행위도 법으로 보호하자고 한다. 자가당착이고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노조활동이 폭넓게 보장되는 외국에서도 노조의 불법행위까지 면죄부를 주는 나라는 없다. 영국이 손해배상에 상한을 두고 있을 뿐 전세계적으로 불법행위에 대해 손배소를 제한하는 입법 예는 없다. 프랑스가 1982년 노조의 모든 단체행동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했다가 위헌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일본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행정부와 사법부가 한마음으로 철저히 사용자의 노동자에 대한 손배소를 보장하고 있다. 1970년 전후 일본의 노동운동은 공산주의자들이 개입해서 시위가 폭동으로 발전했다. 그 피해가 극심해 노동운동은 일본 경제를 후퇴시키는 골칫거리였다. 그런데 그 극렬한 시위가 70년대 말쯤 사라진다. 폭력시위를 전쟁 치르듯이 막아내던 일본 정부가 어느 순간 시위를 막지 않았다. 폭력시위나 불법행동을 내버려두면서 사진, 동영상으로 그들의 행위를 완벽하게 수집했다. 형사적 치죄(治罪)는 물론 시위로 인한 손해를 민사로 제소하게 했다. 노동자는 폭력이나 불법시위로 구속되고 민사 배상도 감당해야 했다.

먼저 노동단체의 통장이 한순간에 깡통이 됐다. 돈이 없으니 시위가 쉽지 않았다. 노동자는 봉급이 압류됐다. 밥도 못 먹을 정도로 거지가 될 처지가 되자 가족들이 아버지가 벌이는 불법적인 노조 활동은 물론 합법적인 노조활동까지 가로 막았다. 직장에서 봉급은 고사하고 사는 집까지 뺏겨 길거리에 나앉게 되고 당장 굶어 죽을 판이다. 어느 가족이 아빠의 노조운동을 눈뜨고 보겠는가?

일본 정부의 대처방법이 바뀌고 일체의 관용없이 강력하게 실행에 옮기자, 1년 만에 불법시위가 사라졌다. 노조단체는 민사로 알거지가 됐다. 거지가 된 노동자는 1%도 안됐지만, 노동자들과 그 가족은 누구든 경찰에 민사로 걸렸다간 거지 신세가 된다는 것을 보고는 정신차린 것이다. 일본 사법부는 경찰의 제소에 증거만 있으면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했다. 가차 없이 거액의 손해배상을 때려 노조의 재산들과 쌓여있던 통장을 깡통으로 만들고 노동자들을 거지로 만들었다. 경찰도 주저하지 않고 법적 절차대로 엄격히 대응했다. 불법시위에 지쳤던 일본 국민도 적극 응원했다.

강성 귀족노조이자 정치단체인 민노총 불법파업을 법으로 보호해 주자는 것은, 대한민국의 산업을 밑둥부터 허물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파업 중 대체근로가 막혀있는 상황에서 사용자 측의 손해배상 청구권마저 제한하는 것은 경영진을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것이다. 형평에 어긋나며 공정하지도 않다. ‘고의나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의 기본정신에도 어긋난다. 노조만 면책하고 기업만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면 헌법이 금지한 ‘사회적 특수계급’을 만드는 꼴이고, 헌법상 재산권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법 앞에 모든 사람은 평등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노동을 팔지 않을 자유를 제한 없이 보장받는 만큼, 사용자도 그에 상응하는 노동을 사지 않을 자유와 재산권 행사의 자유를 충분히 줘야 한다.

법치주의와 자유정신의 근간을 흔들고, 불법을 법으로 보호하려는 모순덩어리 야바위 법은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 정부는 후손들에게 법치와 자유의 가치가 고양되고, 풍요가 넘치는 반듯한 대한민국을 넘겨주기 위해서는, 일본의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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