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김정식

"정권은 바뀌었는데, 세상은 안 바뀐 것 같다."

얼마 전부터 여당 관계자나 청년 정치인들, 여당을 지지하는 분들과 대화할 때마다 듣는 말이다. 진영 내 스피커로 불리는 유튜브 영상에도 심심치 않게 달리는 댓글이기도 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는데 봄 같지가 않다는 말이다. 한창 힘을 내야 할 집권 초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국민의힘 적극 지지층인 TK·60대 지지층의 실망감까지 드러나는 것은 위험한 신호다. 물론, 지난 5년간 어렵게 쌓아 올린 대한민국의 영광이 허물어지는 광경을 목격한 세대는, 당연히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야말로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온 세력이요,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라는 일념 하나로 대한민국의 위대한 번영을 하나씩 직접 쌓아 올린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을 야당의 대선후보로, 나아가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민의는 무엇이었나?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든 문재인 정부와 마치 마피아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재명, 이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헌법을 유린한 세력을 심판하라는 것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대한민국 살려내라"라는 명령과도 같다.

이재명의 부당한 행위로 인한 사법부의 정당한 출석 요구에 ‘전쟁’ 운운하며 정쟁화하려는 민주당은 차치하더라도, 대통령이 된 윤석열을 방해하는 내부 세력은 누구인가? 자숙과 반성이 앞서야 할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윤핵관’ 운운하며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해보려 하는 이준석과 정치적 관계자들, 그의 맹목적 지지자들이다. 민주당과 이준석은 한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내가 곧 정의(正義)’라 선동하며 상대를 ‘적폐’ 취급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마음이 급한 선배 세대의 조급함에 대해 서운함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통계상 지난 전당대회 때 이준석을 당 대표로 만든 가장 강력한 힘은 전통적 보수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TK, 60대 지지자들이었다. 그들의 정권교체라는 강력한 열망이, 당이 가장 어려운 시절 비수를 꽂아댔음에도 그저 참신하고 유능해 보인 이준석을 당 대표로 만들었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만든 당 대표의 문란(紊亂)으로 대통령의 성과는 모두 빛바랜 사진이 되어 아무도 보지 않는 앨범에 꽂혀있는데, "대통령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며 훈수나 두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압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가 허망하게 무너지고 나아가 대한민국이 허망하게 무너진 뒤에야, ‘그때가 봄이었다’ 회상할 것인가. 우리는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그러한 경험이 있다. 필자는 지금 상황이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은 신의를 배반하거나 나라를 망가뜨릴 사람은 아니라는 믿음을 갖고 모두가 윤핵관이 되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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