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 다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여야 영수회담을 요청했다. 벌써 다섯 번째다. 영수회담의 명분은 바뀐 게 없다. 정쟁을 최소화하고 민생부터 챙기자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당 상황이 안정돼서 대표가 선출되고 나면 그때 같이 만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명분은 ‘민생’이지만 이걸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갈수록 확산되는 이른바 사법 리스크의 한복판에 서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도 심각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심각한 범죄 혐의가 드러날지 알 수 없다. 그런 이 대표가 내세우는 민생의 명분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패배에 대한 책임 논란을 무릅쓰고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리고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고, 전당대회는 당헌 개정 논란으로 얼룩졌다. 연속되는 파행이 오직 이 대표의 방탄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를 사람이 있을까?

오죽하면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가리켜 ‘방탄의원단’이라는 비아냥마저 나도는 실정이다. 이재명 의원은 거대 제1야당과 소속 국회의원들을 방탄 재킷으로 만드는 것도 부족해,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마저 ‘이재명 방탄 재킷’으로 만들고 싶은 것 아닌지 궁금해진다.

이재명 대표가 진정으로 민생을 걱정한다면 영수회담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대한민국 경제와 민생을 위협하는 악재들에 대해 정부 여당과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만들어가면 된다. 마침 그를 위한 논의의 장인 정기국회도 열리고 있다. 왜 굳이 영수회담이라는 형식이 필요한가.

정말 대한민국의 민생을 걱정한다면 이재명 대표부터가 앞장서서 정쟁을 중단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사건 특검 추진이 대표적이다.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대통령과 직접 관계가 없는 이 사건의 특검을 추진한다는 것은, 오로지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대한 맞불 작전이라는 비판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도, 민주당도 좀더 성숙한 태도로 민생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런 진정성이 드러날 때, 굳이 영수회담이라는 형식에 매달리지 않아도 여야 지도자가 만나는 자리는 자연스럽게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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