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민간우주항공기업 클리어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우주쓰레기 청소위성 이미지. 지구저궤도를 돌고 있는 중량 112㎏의 ‘베스파 로켓’ 상단부의 포획·제거를 목표로 2025년 발사될 예정이다. 성공하면 지구궤도의 우주쓰레기를 청소한 첫 성과로 역사에 남게 된다. /ClearSpace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에 따르면 현재 지구궤도에는 무려 9600여톤의 우주쓰레기가 존재한다. 10㎝가 넘는 것만 3만6500개, 1㎜ 이상은 1억3000만개에 이른다. 그 종류도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과 로켓의 잔해, 이들이 충돌하며 생긴 파편, 우주비행사가 놓친 스크루드라이버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우주탐사에 큰 위협이 된다. 초속 7㎞ 이상의 가공할 속도로 궤도를 돌고 있어 우주탐사선과 위성을 파괴하거나 유영 중인 우주비행사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지금껏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우주쓰레기 때문에 회피기동한 횟수만 30차례가 넘는다. 이에 미국·유럽·일본 등 우주 선진국들은 영화 ‘그래비티’에서와 같은 우주 재난의 발생을 막고자 매년 늘어나는 우주쓰레기를 청소할 다각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동반자살 위성=가장 대표적 우주쓰레기 청소 프로젝트는 스위스의 민간우주항공기업 클리어스페이스(ClearSpace)가 ESA와 공동 추진 중인 ‘클리어스페이스-1’이다. 2013년 지구저궤도에 남겨진 ESA의 ‘베스파(Vespa)’ 로켓 상단부를 회수·제거하는 것이 1차적 목표다.

이를 위해 클리어스페이스는 4개의 로봇팔이 달린 동반자살 청소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뛰어든 것처럼 로봇팔로 베스파를 붙잡아서 지구 대기권에 함께 진입해 소멸하는 방식을 표방한다.

성패의 관건은 정확한 랑데부에 있다. 베스파 상단로켓의 중량이 112㎏나 되고 고도 660~800㎞의 궤도를 워낙 빠른 속도로 돌고 있어 랑데부의 난이도가 극악인 탓이다. 클리어스페이스는 최첨단 유도·항법·제어시스템과 비전 인공지능(AI)을 통해 청소위성이 전 과정을 자율 수행토록 함으로써 임무 정밀도를 높일 계획이다. 2025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성공할 경우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으로 업그레이드해 상용성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우주 자석=일본의 우주항공 스타트업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은 물리적 포획이 아닌 자석의 인력을 이용하려 하고 있다. 인공위성 등 우주탑재체에 강한 자성을 가진 판을 미리 부착해서 발사하는 것이다. 이후 수명이 다하면 자기력(磁氣力)을 방출하는 청소위성을 보내서 해당 탑재체를 끌어당겨 도킹한 뒤 대기권을 향해 밀어내는 메커니즘이다.

애스트로스케일은 지난해 4월 175㎏의 프로토타입 청소위성과 우주쓰레기 역할을 할 17㎏의 탑재체를 쏘아 올려 기술적 타당성을 검증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의 랑데부와 방출을 성공리에 마쳤다. 앞으로는 실제 우주쓰레기와 동일하게 탑재체를 무작위로 회전시킨 상태에서 도킹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것까지 성공하면 상용화 가능성을 인정받게 된다.

이 방식은 자성이 없는 기존 우주쓰레기를 치울 수 없다는 게 한계지만 새 쓰레기의 배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실제 600개 이상의 소형위성으로 우주인터넷망을 구축 중인 영국 원웹(OneWeb)이 폐인공위성 처리에 이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저 저격=우주쓰레기를 꼭 우주에서 청소하라는 법은 없다. NASA와 ESA는 지상의 레이저 장치를 청소부로 활용하려 한다. 레이저로 우주쓰레기를 저격해 대기권으로 떨어지도록 궤도를 바꾸거나 빛 입자가 물체를 밀어내는 힘, 즉 광압(光壓)을 가해 지구궤도 밖으로 보내버리는 아이디어다.

이 기술의 최대 메리트는 경제성이다. 회당 1000억원을 호가하는 청소위성 발사비용을 아끼면서 반영구적 운용이 가능하다. 또한 비교적 덩치 큰 물체만 취급할 수 있는 청소위성과 달리 레이저는 세밀한 조준이 가능해 우주쓰레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10㎝ 미만의 작은 물체도 제거할 수 있다. ESA가 지난해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페섬에 이를 실험할 ‘이자냐-1(Izana-1)’ 레이저 설비를 건설하고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의 추적에 돌입한 만큼 금명간 소귀의 성과가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레이저 기반 청소기술이 실용화되려면 항공기 조종사의 시야 방해, 무기화 우려와 같은 걸림돌을 극복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일본 애스트로스케일의 자기력(磁氣力) 기반 우주쓰레기 청소위성 이미지. 현재 지구저궤도에서 프로토타입 청소위성의 기술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Astroscale
일본 애스트로스케일의 자기력(磁氣力) 기반 우주쓰레기 청소위성 이미지. 현재 지구저궤도에서 프로토타입 청소위성의 기술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Astroscale
 
유럽우주기구(ESA)는 지난해 스페인령 테네리페섬에 레이저 설비(사진)를 건설하고 레이저를 쏘아 우주쓰레기를 추적·제거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ESA
유럽우주기구(ESA)는 지난해 스페인령 테네리페섬에 레이저 설비(사진)를 건설하고 레이저를 쏘아 우주쓰레기를 추적·제거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E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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