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펑(唐鳳) 대만 디지털발전부 장관. /연합
탕펑(唐鳳) 대만 디지털발전부 장관. /연합

최근 중국이 대만 인근 해역과 영공에 군함과 무인기를 잇달아 보내면서 양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대만 정부가 중국의 침공에 맞서 통신망을 유지하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탕펑(唐鳳) 대만 디지털발전부(MODA) 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는 11월까지 비정지 궤도(NGSO) 위성을 이용한 인터넷·통신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목표 아래 관련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구저궤도에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와 같은 우주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중국의 침공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통신망 운용의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2016년 5월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집권한 이후 대만과의 공식적인 관계를 단절하고 강도 높은 군사·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달 2~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대만섬을 포위하는 대규모 실사격 훈련을 하고, 연일 군용기를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탕 장관은 인터뷰에서 "NGSO 위성시스템을 구축하면 해저 광케이블망이나 전화망이 손상을 입거나 고의적 방해를 받더라도 화상 회의, 인터넷 전화, 생방송 등과 같은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탕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우크라이나의 광케이블망을 파괴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러시아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 스타링크를 통해 효용성이 입증된 NGSO 위성서비스를 조속히 상용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개전 직후 러시아의 공격으로 상당수 통신망이 무력화되자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에게 스타링크 서비스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다행히 머스크가 1만5000대의 스타링크 키트를 현지로 보내고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과 군에게 위성망을 무상 개방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외부와 고립시키려던 러시아의 시도는 무산됐다.

탕 장관은 "누구라도 하늘을 볼 수 있다면 스타링크 위성 수신 안테나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며 "11월 중 그 같은 네트워크에 기반한 상업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MODA가 대만 내 700개 지점과 해외 3곳에 NGSO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탕 장관이 언급한 NGSO 위성서비스가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 인터넷망을 활용하는 것인지 별도의 망을 자체 구축하는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NGSO는 고도 400∼2000㎞의 지구저궤도 또는 고도 8000∼2만㎞의 지구중궤도를 회전하는 인공위성 궤도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위성통신에 쓰이는 고도 3만6000㎞의 정지궤도 위성보다 훨씬 낮은 궤도에 위성들을 배치함으로써 데이터 전송시간을 단축시켜 광케이블 수준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개념이다.

다만 NGSO 위성을 통해 끊김 없는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의 위성이 필요하다. 지구 전체에 우주 광대역 인터넷망을 구축하려는 스타링크의 경우 2027년까지 1만대, 이후 3만대의 소형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현재는 2000여기의 위성을 기반으로 미국, 캐나다, 영국, 그리스, 독일, 호주, 인도,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초당 초당 100~200Mb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