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끼리’가 일제라는 사실 아는가?
‘우리 민족끼리’가 일제라는 사실 아는가?
  • 강 건 (정치학박사, 한국문화안보연구원 특별연구위원)
  • 승인 2019.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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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근대화를 이끈 일본과 민족개념의 몰이해
북한 선전물

현재 우리는 마치 물과 공기를 접하듯이 당연하고 편하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원칙들, 즉 자유(Liberty), 평등(Equality), 인권(Human Right), 조금 나아가서 자유주의(Liberalism). 민족주의 (Nationalism), 공화주의(Republicanism), 사회주의(Socialism) 등과 같은 서구어원의 한자적 개념들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박제된 수입품 형태의 서구적 언어개념들은 근대 일본의 철학자들이 이성적 고뇌를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현실적 체화과정을 통해서 하나하나 한자 용어들로 번역해 낸 것들이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이런 엄청난 사실들을 한국국민들을 비롯해서 근대국가를 형성하고 있는 작금의 아시아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후쿠자와 유키치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서양사정》.
후쿠자와 유키치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서양사정》.

후쿠자와 유키치, 가토 히로유키, 이노우에 테쓰지로 등과 같은 일본의 근대철학자들이 ‘서양사정’ 등과 같은 저서를 통해 서구사회의 근대적 언어개념들을 한자어로 번역해 낸 것은 참으로 ‘전근대사회’를 ‘근대사회’로 엮어내는 혁명적인 일이었다.

그 결과 오늘날 한자권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사회현상을 개념화할 수 있는 언어영역 전체를 대변하게 되었다. 인간은 언어적 개념을 통해 세상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가정 하에서, 일본의 명치선각자들은 아시아의 인식론적 패러다임을 완전히 깨뜨렸다. 또 이들은 아시아가 유럽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치사회적 토대를 제공했다. 이는 아시아인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일본인들의 명예로운 업적일 수밖에 없다.

◇‘국민’으로 번역해야 할 ‘Nation’을 ‘민족’으로 번역

독일제국의 3대 황제, "카이저" 빌헬름 2세
 

그러나 작금의 체제와 국가가 다른 남북한 사이에서 존재하는 혈족적 민족개념으로 인해 한국사회 내에서 빚어지고 있는 혼란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 명치철학자들이 번역해 내었던 민족 (Nation) 개념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원어대로라면 ‘Nation’은 ‘국민’으로 번역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독일식의 ‘족민’ (Folk) 개념으로 번역되었던 것이다.

이는 명치유신이후 급속히 근대화, 산업화해가는 일본이 서구사회 중에 일본사회를 위해 가장 적합한 모델로 독일을 벤치마킹했던 선택에서 기인한다. 카이저라는 독일황제를 중심으로 기존의 서구 지배세력이었던 영불과 대결하기 위해, 신속히 후기산업국가 반열에 올라섰던 독일의 법제도와 국민통합을 위한 관념철학이 명치황제를 기점으로 신속하게 후기산업화를 이루어 내어야 했던 일본의 사정과 긴밀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이었다.

후기식민지개척에 나섰던 독일은 근대국가의 실체를 치자와 피치자사이에서의 유기체적 결합물로 인식하는 성향이 강했으며, 국가야말로 주권적 영토 내에서 개인과 시민사회위에 군림하는 최고의 인격적 실체로 인식했던 것이다. 이런 독일의 인식은 후쿠자와 유기치의 ‘국가이성론’에도 그대로 적용되었고, 개인의 권리보다는 국가의 권리가 앞서는 형태로 강조되어 나타났다.

그 결과 국가주의,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독일식 낭만적 민족주의가 그대로 일본사회에 수용되었다. 계몽주의적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 주권주의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천황과 백성이 유기체적으로 하나가 되는 형태로의 소위 ‘군주주권론’이 일본사회에 폭발적으로 흡수되게끔 만들었던 것이다. 이런 일본의 인식은 당시 조국의 근대화를 도모했던 청나라의 캉유웨이, 량치차오와 같은 근대 개혁주의자와 조선의 신채호와 같은 민족주의자들에게도 그대로 수렴되었다.

◇일본, 독일 낭만적 민족주의를 아시에 전역에 수출

영미불의 영역이 아닌 독일식 낭만적 민족주의에 따른 일본의 민족 개념인식은 통칭 국가로 번역되는 ‘Nation-State’, 즉 국민이 주권자가 되는 국민국가를 ‘피붙이’를 강조하는 혈족개념의 민족국가로 오해하는 오류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 결과 주권자인 국민의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할 'Nation'이 아시아사회에서는 국가, 국민, 민족, 인민 등의 여러 개념들과 혼용되어 나타나게 되었으며, 흔히 집단적 유기체로서의 혈족개념으로 크게 통용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인식이 작금의 한국사회에서 친북, 종북주의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선전, 선동과 맞물려, 한국사회가 20세기 초 독일이 경험했던 최악의 전체주의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사회에서는 민족 또는 민족주의의 개념 혼돈으로 그 어떤 사회문제도 발생하지 않고 있으며, 나름대로 전후 70년 동안 자유민주주의체제로의 발전과정을 공고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에 입각해서 한국사회의 친북, 종북론자들이 이 민족개념을 이용해 한국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서는 자유대한민국을 희망하는 애국시민들이 북한과 친북, 종북론자들이 주장하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관념적 유혹에 대한 경계심을 절대 늦추지 말아야 한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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