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부터 24일까지 5박7일간 영국·미국·캐나다를 순방한다. 19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한 후 20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지난 6월 나토(NATO)정상회의 참석이 윤 대통령의 공식 국제무대 데뷔였다. 하지만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15일 현재 윤 대통령의 기조연설문 초안은 완성됐고, 막바지 수정 작업 중으로 알려진다. 지난 12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기조연설 내용과 관련해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 구축에 앞장서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15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사,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윤 대통령이 일관되게 발신해온 국정 철학을 외교무대에 맞게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은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자유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대목도 들어갈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 핵문제는 어떻게 될까? 북핵문제가 유엔안보리의 주요 이슈인 만큼 ‘북한 비핵화’는 언급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엔 안보리 및 인권이사회의 동시 이슈인 북한인권 문제는? 현재로선 윤 대통령의 언급이 확정된 것 같진 않다. 만약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이 빠진다면, 윤 대통령의 기조연설문은 아닌 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게 된다.

국가원수의 유엔 연설은 해당 국가의 국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동시에 대통령 개인이 인류사회에 대해 갖는 이해의 수준과 자질도 전 세계에 객관화된다. 따라서 인류역사와 세계질서를 꿰뚫는 철학적 안목이 반드시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연설에서 2400만 북한주민의 자유·인권·민주주의에 대한 언급이 꼭 들어갈 필요가 있다. 또 이 대목이 들어가야만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전체 인류사회의 응원을 받으며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유엔총회에서 등장한 최고의 선언문이 1948년 12월 3차총회에서 나온 ‘세계인권선언’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