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되면서 중국산 배터리 핵심광물 사용이 사실상 금지 됨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2 세계 태양광에너지 엑스포’에서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배터리 핵심광물이 전시된 모습. /연합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되면서 중국산 배터리 핵심광물 사용이 사실상 금지 됨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2 세계 태양광에너지 엑스포’에서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배터리 핵심광물이 전시된 모습. /연합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 핵심광물의 탈(脫) 중국과 함께 수입처 다변화라는 무거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여기에 리튬,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광물의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배터리 업계의 근심은 더욱 짙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폐배터리에서 다량의 핵심광물을 추출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폐배터리의 재활용 공정은 전처리와 후처리 과정으로 나뉜다. 전처리 과정에서는 폐배터리를 분해·분쇄해 ‘블랙 파우더’라는 미세한 가루를 만든다. 이후 블랙 파우더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배터리 핵심광물을 추출하는 것이 후처리 과정이다. 후처리 과정은 핵심광물을 각각 추출 해내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현재 4000억원에서 오는 2025년 3조원, 2040년에 이르러 87조원 규모로 수직 성장할 전망이다. 친환경 흐름에 따라 세계적으로 전기차 공급이 활발해지면서 폐배터리도 함께 늘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는 영구적이지 않아 사용할수록 성능이 떨어진다. 성능이 65~80% 이하로 내려가면 주행거리·충전 속도·방전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5~10년 주기로 배터리 교체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업계는 폐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 폐배터리 재활용 후처리 공정 구축에 한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모회사 LG화학과 함께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 ‘리사이클’에 60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10년 동안 리사이클로부터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니켈 2만톤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삼성SDI는 작년 폐배터리 등 스크랩(고철)에서 배터리 핵심광물을 추출하는 스크랩 순환 체계를 천안·울산 사업장에 구축했다. 또 지난 7월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연구·개발(R&D) 조직인 리사이클 연구 랩을 신설, 저비용으로 핵심광물 추출 수율을 크게 높이는 기술을 중점적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SK온은 미국 완성차업체인 포드와의 합작공장 블루오벌SK에서 나온 폐배터리를 미국 재활용 업체 레드우드 머티리얼즈를 통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다. 건설, 석유화학, 철강 업계도 폐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GS건설은 경북 포항시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내 리튬이온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연간 2만톤 규모의 블랙 파우더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 SK에코플랜트는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어센드엘리먼츠의 지분(674억원 규모)의 지분을 인수했다. 어센드 엘리먼츠는 폐배터리에서 핵심소재를 추출하는 독자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재규어 랜드로버 등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어센드 엘리먼츠와의 투자를 시작으로 폐배터리 사업의 밸류체인 구축을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폴란드에 연산 7000톤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PLSC’를 준공했다. 이 공장은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나온 불량품을 블랙파우더로 가공한다. 여기서 생산된 블랙 파우더는 자회사 포스코HY클린메탈로 옮겨 핵심광물을 추출할 예정이다. 포스코HY클린메탈 공장은 연간 1만2000톤 규모의 블랙 파우더를 처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재활용은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면서 "2025년부터 폐배터리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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