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메넨데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 /EPA=연합
로버트 메넨데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 /EPA=연합

미국 상원 외교위가 14일(현지시간)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으로 표현되는 정책을 탈피해 대만을 동맹국으로 대우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스(민주당·뉴저지주) 의원, 린지 그레이엄(공화당·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의원이 제출한 ‘대만정책법안(TPA, Taiwan Policy Act)’은 이날 찬성 17 대 반대 5, 압도적 표차로 가결돼 본회의로 넘어갔다.

지난 6월 제출된 법안의 원안은 대만을 한국처럼 비(非)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주요 동맹국 수준으로 지정하고, 향후 4년간 45억 달러(약 5조 8000억원) 규모의 안보 지원 등을 시행하는 게 골자다.

대만을 적대시하거나 대만에 위협을 초래할 경우, 해당 국가 관료(최고 행정 수반 포함)를 제재하는 내용도 담겼다. 제재 대상에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중화인민공화국 공무원들이 포함된다는 뜻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하나의 중국’ 정책에 기반한 미국의 기존 대만정책이 사실상 폐기되는 셈이라 주목된다.

1979년 중국과 수교한 이후 미국 정부는 대만관계법을 토대로 대만의 자체 방어를 지원해 왔다.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면서도 대만을 보호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온 것이다. 법안이 원안대로 시행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상원 및 하원을 통과한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 절차까지 거쳐야 하는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의회와 바이든 정부가 이 법안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에서 원안 내용을 일부 수정하려 시도하는 등 백악관이 물밑에서 수위 조절을 계속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만문제에 대한 정책 결정권이 의회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 또한 백악관의 우려 사항이다. 예상대로 중국은 이 법안에 대해 즉각 강력히 반발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보낸 성명에서 "대만정책법안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총체적으로 훼손해 미국의 대중정책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중미관계를 뒤집을 정도의 영향을 초래할 것이며 대만독립 분리주의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터이므로 단호히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방문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중국군의 무력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국경선인 대만해협 ‘중간선’을 중국군이 빈번하게 침범한다. ‘새로운 정상’(new normal)을 만들며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