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5.3원 오른 1,399.0원으로 시작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99.0원을 기록한 건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합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5.3원 오른 1,399.0원으로 시작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99.0원을 기록한 건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합

지난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399.0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9년 3월 31일의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만에 최고치다. 다만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개입으로 추정되는 모종의 움직임으로 전장보다 5.7원 내린 1388.0원으로 마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진입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을 둘러싼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위기일 때를 제외하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환율 수준이 한국 경제가 직면한 복합위기의 심각성을 시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1990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7~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2009년 두 차례가 유일하다.

반면 이례적인 환율 상승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의 한국 경제를 과거 경제위기 때와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배경에는 ‘킹달러’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유로,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들어 14.6% 상승했다. 이달 초에는 110선까지 오르며 2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특히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통화는 추풍낙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 15일 오후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는 포치(破七)가 발생했다. 위안·달러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져 온 포치는 미중 갈등이 극심했던 2020년 7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일본의 엔화 역시 달러당 143엔까지 오르며 통화가치의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아시아권 통화의 추락은 위험자산 회피심리와 자본유출을 가속화하며 우리나라 원화가치의 하락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올해 들어 17%가량 상승한 상태다.

달러 강세는 미국의 물가를 끌어내리고, 구매력을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안 그래도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달러로 거래하는 물품과 서비스의 수입 비용이 늘어나는 등 수입물가를 올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 상승이 상반기에만 국내 소비자물가를 0.4%포인트 정도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물가 정점론’이 힘을 잃으면서 전 세계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 달러 강세를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동월 대비 8.3%로 시장 전망치 8.0%를 웃돌면서 고물가의 고착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미 연준은 이달 20~21일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은 물론 1.0%포인트까지 인상하는 ‘울트라스텝’을 밟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한미 기준금리의 역전을 의미한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국(2.50%)과 미국(2.25∼2.50%)의 기준금리 상단은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주 미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 미국(3.00∼3.25%)의 기준금리 상단은 우리나라보다 0.7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특히 울트라스텝을 단행할 경우에는 미국과의 기준금리차가 1.0%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밟든 울트라스텝을 단행하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또 한번의 빅스텝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원·달러 환율의 급등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간 기준금리가 순식간에 벌어지면 추가 환율 급등은 물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속도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은 천정을 뚫고 있는 환율의 해결책으로 한미 통화스와프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16일 환율을 1380원대로 끌어내려 3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으로 이끈 것도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통화스와프 논의 시사 발언 때문이라는 것이 시장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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