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김세원

올해 최고 흥행 드라마 중 하나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고래가 자주 등장한다. 고래는 주인공 우영우가 가장 사랑하는 동물로 영우가 세상과 만나는 매개체이자 장애에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운 상상력을 상징한다. 고래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우영우의 마음을 대변한다. 슬프거나 기쁠 때 우영우 옆으로 거대한 고래가 유유히 헤엄쳐 간다. 우영우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거나 난관에 부딪힐 때도 고래가 나타나고 그때마다 영우는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바다나 하늘을 누비는 거대한 고래는 영화나 광고, 예술작품에서 고단하고 반복적인 일상의 현실에서 벗어나 펼치는 자유로운 상상의 아이콘으로 작동해왔다. 거대한 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하늘로 솟아오르는 모습이나 동족끼리 초음파로 이야기를 나누고 기억에 의존해 대양을 이동하는 능력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고래는 지구상에서 가장 몸집이 큰 포유류다. 그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흰수염고래는 몸길이가 33m까지 자라고 몸무게는 150~160톤에 이른다. 수염고래과 귀신고래는 2만㎞가 넘는 알래스카와 멕시코 사이를 매년 이동한다고 한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우리들 사랑이 깨진다 해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는다 해도/ 우리들 가슴속에는 뚜렷이 있다/ 한 마리 예쁜 고래 하나가/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고래가 희망과 저항의 아이콘으로 한국 사회에 본격 등장한 건 1975년 개봉된 영화 ‘바보들의 행진’의 주제곡 ‘고래 사냥’을 통해서였다. 고래는 희망의 상징이고, 사냥은 꿈을 향한 도전이었다. 군사정권의 억압으로 움츠리고 고달픈 삶을 살아야 했던 젊은이들은 ‘고래사냥’을 목청껏 부르며 자유와 희망을 꿈꿨다. ‘우영우’가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내 젊은 날의 고래를 소환했다. 마음속 깊은 바다 밑바닥에서 잠자고 있던 고래를 깨워 푸른 창공에서 맘껏 뛰놀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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