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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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정청래가 옆자리에 앉은 이재명 대표에게 묻는다. "이재명 당시 시장, 혹시 넌지시 건넨 돈 받으신 적 있습니까?" 이재명은 "허허허" 웃더니, 정청래의 손을 밀어낸다. "왜 이러세요." 그 뒤 정청래는 자신이 왜 이런 퍼포먼스를 벌였는지 이야기한다. "본인이 직접 넌지시 받지 않았다는 게 확실하니까 결국은 제3자 뇌물죄를 엮어서 송치한다고 합니다... 무리한 정치 탄압 수사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의 말대로 이재명이 돈을 받았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건, 이재명 주변에서 기막힌 우연이 너무 자주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연1. 이재명이 단군 이래 최대의 공익환수사업이라고 했던 대장동 사업을 보자. 이 사업을 추진할 때 고(故) 김문기 처장이 넣자고 우겼던 초과이익환수조항이 대장동 문서에서 빠진다. 여기에 대해 이재명은 ‘나는 성남시가 환수하기로 한 5503억만 받으면 될 뿐, 그 나머지 이익을 어떻게 나누느냐는 관심갖지 않았다’고 했다. 그 뒤 어떻게 됐을까. 대장동 개발 단계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천화동인 1호부터 7호가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갔다. 김만배는 1억 투자에 1208억, 김만배 지인은 872만 원 투자로 101억 원, 남욱은 8721만 원 투자로 1007억 원을 챙겨갔다. 이들은 SK증권에 불과 3억5000만원을 넣고 4000억대의 배당금을 챙긴 것이다. 물론 이재명은 이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고, 이들이 그렇게 많은 돈을 벌건 말건 별 관심이 없겠지만, 천화동인 7명은 이런 기회를 준 이재명에게 평생 고마워할 것 같다.

사연2. 전라북도로 이전을 계획 중이던 2015년, 식품연구원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용도변경이 돼야 백현동 땅이 팔릴 텐데, 성남시가 이를 거부하고 있었으니까. 이때 A사가 나타난다. ‘그 땅을 내게 팔아라. 내가 용도변경을 받아볼게.’ A사는 곧 김인섭이란 자를 채용한다. 김인섭은 이재명의 선대본부장을 지낸 이로, 그 당시엔 성남시청 앞에서 식당을 하고 있었다. 정말 희한하게도 김인섭이 채용되자마자 용도변경이 이루어졌다. 그것도 4단계나. 연구원 부지는 1223세대가 거주하는 고급아파트 단지로 변했고, A사는 3000억의 이익을 챙겼다. 그리고 김인섭은 70억을 챙겼다. 이재명은 김인섭과의 친분관계를 부정한다. "떨어지는 선거에 선대본부장을 했고, 저는 연락도 잘 안되는 사람." 물론 난 이재명을 믿는다. 설마, 그가 김인섭 때문에 용도변경을 해줬겠는가? 그래도 김인섭은, A사는, A사대표 부부는, 이런 기회를 준 이재명에게 평생 고마워할 것 같다.

사연3. 배모씨는 이재명의 변호사사무실에서 일하던 분, 그녀는 이재명이 성남시장이 되자 7급 공무원이 된다. 출세에 감격해서일까. 그녀는 성남시 일을 하는 대신,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 씨만 극진히 모셨다. 이재명이 경기도지사가 되자 배씨는 5급으로 승진해 도청 공무원이 됐지만, 하는 일은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새로 뽑은 7급 공무원을 부려가면서 더 극진히 김혜경 씨를 모셨다. 법인카드로 소고기와 초밥을 사다 바치고, 약도 대신 타줬다. 이 모든 걸 이재명은 까맣게 몰랐기에, 그는 부하직원을 제대로 관리 못했다며 사과해야 했다. 그런데 배모씨는 그동안 자기 소유 건물까지 거느린, 80억대 재산가가 됐다. 법인카드 유용으로 처벌을 면치 못하겠지만, 그래도 배씨는 이런 기회를 준 이재명에게 평생 고마워할 것 같다.

성남FC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기업들이 큰 이익을 본 것이다. 예컨대 두산건설은 72억에 산 땅의 용도변경을 받아내 신사옥을 짓고, 이를 6200억에 팔았다. 물론 이재명은 이 모든 것에 무관하지만, 두산건설은 이런 기회를 준 이재명에게 평생 고마워할 것 같다. 가는 곳마다 주변 인물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이재명, 갑자기 이 격언이 생각난다. ‘한두 번은 우연일 수 있지만, 세 번은 필연이다.’ 거듭되는 우연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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