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성가수 처음으로 잠실 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 아이유의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가 18일 밤 열렸다.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18일 밤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 아이유(29·이지은) 단독 콘서트 ‘더 골든 아워(The Golden Hour): 오렌지 태양 아래’가 열렸다. 데뷔 14주년의 아이유가 한국 여성 가수 최초로 국내 최대 규모의 무대에 오른 것이다. 올림픽 주경기장은 ‘특급’ 아티스트에게만 허락된 무대다. 여기서 단독 콘서트를 연 가수라면 H.O.T., 방탄소년단(BTS), 이문세 정도다. 아이유의 이번 무대는 이틀간 8만8000석 좌석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첫 곡은 그녀가 "만들 때부터 꼭 석양을 배경으로 불러 보고 싶었던 곡" ‘에잇’이었다. 거대한 전광판을 가르며 공중에서 등장한 아이유는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편곡한 ‘에잇’을 시작으로 ‘셀레브리티’ ‘내 손을 잡아’ 등 히트곡을 들려줬다. 밴드 라이브에 맞춰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매끄러운 고음과 흐트러지지 않는 음정으로 다시 한번 경탄을 자아냈다. ‘인이어’가 노래 도중 작동을 멈춘 해프닝도 있었다. 자칫 노래·반주가 따로 놀 상황이었으나, 아이유의 프로다운 센스가 빛을 발했다. "용기 있게 인이어 없이 노래도 해 봤다. 주경기장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그래도 관객이 함성을 크게 지르는 게 맞구나 느껴졌다. 예상치 못한 수확이다."

‘너의 의미’가 흘러나오자 함성이 더욱 커졌다. 그 다음 곡 ‘금요일에 만나요’ 역시 팬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스트로베리 문’(strawberry moon)을 부를 때 커다란 열기구를 타고 경기장 트랙을 한 바퀴 돌며 무대에서 먼 관객석과 소통하기도 했다. "2층 3층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다가가고자 잠실에 ‘달’을 띄워봤다", "예행연습 땐 너무 무서워 그만둘까 생각도 했는데 역시 하길 잘했다"고 말해 또 한번 환성을 이끌어냈다. ‘시간의 바깥’에선 드론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유애나’의 로고를 그리며 잠실벌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라일락’ ‘겨울잠’ ‘나만 몰랐던 이야기’ 등 약 20곡으로 아이유는 보컬리스트, 싱어송라이터, 댄스 가수로서의 다채로운 재능을 발산했다. ‘좋은날’에선 여전한 ‘3단 고음’을 뽐냈다. 그녀의 고음이 장내를 휘젓는 순간 ‘팡팡팡’ 폭죽이 터져 나오면서 분위기가 절정에 달한다. 20대를 상징하는 히트곡 ‘팔레트’와 이날 작별을 고했다. 이번 공연을 끝으로 접하기 어려운 곡이 될 전망이다. "25살 때 작사·작곡해 정말 소중하게 간직하며 불렀는데 이제 30대다. 이 노래는 25살 지은이(아이유 본명)에게 남겨준다. 굳이 이 곡을 계속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공연 당일 30도를 웃도는 날씨에도 일찍부터 인파가 몰렸다. 3년 만의 대면 공연을 맞아 팬들이 아이유를 상징하는 보라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기다리며 포토존을 메웠다. 공연 말미 아이유의 ‘깜짝 고충’도 토로됐다. "귀에 1년 전부터 문제가 있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팬들이 이 공연을 다 해줬다", "자음·모음 하나하나 다 진심으로 고맙다. 감사하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말로 부족하다"며 아이유는 감격을 표했다.

메가 히트곡 ‘좋은날’ ‘너랑 나’로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오른 아이유, 이후 ‘팔레트’‘셀레브리티’ 등으로 가장 성공한 20대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됐다. 연기자로서의 존재감 또한 돋보인다. 대표작으로, 크게 호평받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게 해준 영화 ‘브로커’가 있다. 현재 드라마 ‘인생’의 출연을 검토 중이며, 내년 이병헌 감독의 신작 영화 ‘드림’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30대 아이유의 행보 역시 기대된다.

데뷔 14주년 맞아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단독 콘서트에서 열창하는 아이유. /아이유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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