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19일 문 전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등 남북합의는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했다. 2018년 9월 19일 김정은과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9.19 군사합의’를 말한다. 그는 "대화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말한 ‘신뢰’가 도대체 무슨 ‘신뢰’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다. 김정은이 ‘신뢰’를 지킨 사실이 있는가? 9·19 군사합의 이후 북한의 개성남북연락사무소 폭파, 금강산 남측자산 강제 해체, 해수부 공무원 사살·소각 등이 모두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일어난 일이다. 김정은이 ‘신뢰’를 깨뜨린 지 3년도 넘었다. 또 윤석열 정부 들어와 문 정부 시기의 ‘한반도평화프로세스’도 폐기됐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게 김정은과의 무슨 ‘신뢰’를 지키라는 말인가?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4월 21일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떠올리게 한다. 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이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문 전 대통령이 4월 20일 김정은에게 보낸 친서에 답장을 했다는 사실을 이튿날 21일 공개해 버렸다. 조선중앙통신은 "북남 정상들이 희망을 안고 진함없는(=끝까지)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남북관계가 민족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면서, "남북 정상 간의 친서교환은 깊은 신뢰심의 표시로 된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윤 정부에게 김정은과의 ‘신뢰’를 지키라고? 지금 북한은 아무때나 우리에게 핵공격을 할 수 있는 법령까지 만들었다. 더욱이 문 전 대통령이 ‘신뢰’를 언급한 9월 19일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 및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2005년 6자회담 9·19공동선언 17주년이 되는 날이다. 대한민국 전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핵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옳은 말인가, 아니면 김정은과 신뢰를 지키라고 현직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것이 옳은 말인가? 문 전 대통령의 ‘헛소리’가 그냥 들리지 않는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의 협박을 받고 있는가? 국민이 모르고 있는 문재인-김정은 간 친서를 모두 공개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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