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의 이단아들]'원작 vs 복제' 시대··· 현대기술은 영혼 마저 베끼려나?
[예술사의 이단아들]'원작 vs 복제' 시대··· 현대기술은 영혼 마저 베끼려나?
  • 박석근 문화 에디터
  • 승인 2017.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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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파라시오스' - 카메라와 컴퓨터

가수 비의 초상 / 연필화 진위 문제가 된 작품
가수 비의 초상 / 연필화 진위 문제가 된 작품

고대 그리스 최고 화가 파라시오스가 하던 일을 오늘날에는 카메라가 대신하고 있다. 그러므로 카메라의 등장은 현대판 파라시오스 재림이다.

기술의 발달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우리는 루브르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안방에서 감상한다. 모차르트 피아노곡 <피가로의 결혼>도 오디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듣는다. 그밖에 영화,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 장르를 막론하고 예술작품을 즐긴다. 기술복제 시대에 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과거에 이미지의 생산은 전적으로 수작업에 의존했다. 고대 그리스의 제욱시스와 파라시오스처럼 오랜 기간 수련을 거친 장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들이 생산한 이미지는 세상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기술의 발달로 이미지의 혁명이 일어났다. 얼마든지 복제가 가능해진 것이다. 바야흐로 우리는 이미지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수년 전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궜던 사건 하나가 있다. 그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한 미대생이 인기 연예인을 묘사한 연필화 몇 장을 인터넷 공간에 띄웠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신예 파라시오스의 재능에 열광했듯 그 미대생의 명성은 순식간에 유명세를 타며 퍼져나갔다. 그런 어느 날, 그 연필화는 사진 바탕에 포토샵 기술을 쓴 이른바 ‘리터칭’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네티즌들은 당장에 저주를 퍼부었다. '감쪽같이 속았다'  '사기 당했다' ‘정말 기분 더럽다’ ‘차라리 나가 뒈져라’

네티즌들은 무엇 때문에 그토록 분개했을까? 예술의 순수성과 우월성이 배신당했기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네티즌들이 느낀 감정의 공통점은 진짜인 줄 알았던 그림이 가짜였고, 그래서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수작업은 진짜이고 기술이 사용되면 가짜인가? 화가의 관찰력으로 수많은 선으로 완성된 이미지와, 컴퓨터라는 기계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는 확연히 다른가? 정말 그런가?

탤런트 김태희의 초상 / 연필화 진위 문제가 된 작품
탤런트 김태희의 초상 / 연필화 진위 문제가 된 작품

고대 그리스 시대 제욱시스와 파라시오스가 이미지 대결을 벌였다면 오늘날에는 원본과 복제의 이미지가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오늘날 컴퓨터는 고대 그리스 시대 파라시오스처럼 사람들 눈을 완벽하게 속인다. 

다시 생각해보자.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모나리자>와 D고등학교 복도의 <모나리자>는 다른 작품인가? 그 둘은 구별되고 또 그것은 필요한가?

이제 답을 낼 때가 되었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말했다. 원작에는 아우라(Aura)가 있으나 복제품에는 그게 없다. 아우라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 원본에만 있는 유일무이한 숨결, 즉 영혼이다.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영혼을 느끼는 것은 각자의 몫일 터이다. 명작에는 예외 없이 아우라가 있다. 오늘날 컴퓨터는 아우라 마저 베끼려 한다.  

   

◇필자 박석근 작가는?

경남 마산에서 출생하여 중앙대학교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문학사상 신인상 수상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주요 저서
ㆍ장편소설 <외로운 사람들은 바다로 간다> 책세상
ㆍ장편소설 <숨비소리> 책세상
ㆍ창작집 <남자를 빌려드립니다> 민음사
ㆍ청소년지식소설 <수상한 화가들> 사계절 등

sgp@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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