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물론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강도 높은 통화긴축 탓에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데다, 경기침체 리스크까지 겹쳐 회사채 조달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연합
한국은행은 물론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강도 높은 통화긴축 탓에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데다, 경기침체 리스크까지 겹쳐 회사채 조달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채권 금리가 치솟고 있다. 특히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7년 10월 17일의 연 4.0% 이후 4%를 넘은 적이 없다.

20일(현지시간) 금융투자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05%포인트 상승한 3.99%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이후 15년래 최고치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 들어 3%대로 급등, 1994년 이후 최고의 연간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상황은 장기물도 마찬가지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포인트 오른 3.59%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1년 이후 11년래 최고치다. 30년 만기 국채 금리도 0.09%포인트 상승한 3.6%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미국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것은 미 연준이 지난 3월부터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국채 금리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우리나라 국채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아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0.064%포인트 오른 연 3.823%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11년 8월 3일의 연 3.8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년 만기 국채(연 3.81%), 5년 만기 국채(연 3.83%), 10년 만기 국채(연 3.836%)도 일제히 연고점을 기록중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4.6%, 내년 하반기는 2.9%다. 이는 내년 하반기나 돼야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으며,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인 만큼 채권 투자의 적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리가 오를수록 채권 가격이 하락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인상기에 신규로 발행되는 채권은 높은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9조6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투자 혹한기에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채권 투자의 접근성을 높인 것도 개인투자자의 채권 투자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에 채권은 장내에서 10억원 단위로 거래가 됐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나 자산가들의 투자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소액 채권 투자가 가능하고, 주식처럼 모바일로도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면서 개인투자자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KB증권이 국채를 1000원 단위의 소액으로 거래가 가능한 상품을 출시해 자금이 몰린 게 대표적이다.

채권 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은행의 수신금리보다 높으면서 안정적 자산이라는 장점 때문이다. 금리가 크게 상승하면서 투자 매력이 높아졌고, 은행의 예·적금 대비 적은 세금으로 실질적인 이자수익이 커진 것도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고금리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물론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강도 높은 통화긴축 탓에 기준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데다 경기침체 리스크까지 겹쳐 회사채 조달금리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회사채 무보증 3년물 AA- 금리는 올해 초만 해도 연 2.460%였지만 이달 들어 지난 19일 현재 연 4.751%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2011년 2월 9일의 연 4.7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초 연 8.316%였던 회사채 무보증 3년물 BBB- 금리는 연 10.609%까지 오른 상태다.

통상 회사채 금리는 국채 금리보다 상승폭이 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이자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들의 회사채 조달금리도 1년 새 2%대에서 5%대로 껑충 뛰었다. 그나마 대기업과 공기업이 아닐 경우 채권 발행조차 힘든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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